▲ 마코 루비오(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8월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기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마코 루비오(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8월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기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핵실험 재개 논란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비밀 핵실험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 만에 러시아가 ‘대화 신호’를 보낸 셈이다.

11일(현지시간)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가 지하에서 비밀리에 핵실험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의혹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외무부와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그의 발언은 양국 간 핵 경쟁이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하려는 외교적 시도로 해석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핵 추진 무기인 ‘부레베스트니크’(Burevestnik)와 ‘포세이돈’(Poseidon) 실험을 실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몰래 핵무기 시험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핵실험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핵 역량 강화를 언급하며 “미국이 기술적으로 뒤처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AFP통신은 “트럼프의 핵실험 재개 발언은 러시아·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에 대해 “러시아는 199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지하에서 실험을 했다면 지진 관측망을 통해 전문가들이 즉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정확히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말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다른 핵보유국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러시아 역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조건부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회담 준비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면, 언제든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달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준비 절차가 중단됐다.

외신들은 라브로프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긴장된 통화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는 매우 정중한 대화를 나눴으며, 불화는 없었다”며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영국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지목해 ‘서방의 정보전’을 비판했다.

라브로프는 또 “양국 외무·국방·정보 당국 간 실무 회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미국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부다페스트를 회담 장소로 선호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취소와 핵실험 논란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라브로프 장관의 공개 활동은 약 2주 만이다.

그는 지난 5일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 불참하면서 일시적으로 ‘불신임설’이 돌았으나, 크렘린궁은 이를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라브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으며, 서방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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