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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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준혁 기자 | 경제 위기상황 이후 한계기업이 제 때 퇴출되지 않아 우리 경제 전체의 성장을 저해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의 ‘경제위기 이후 우리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9년 중 퇴출 고위험기업의 비중은 약 4%였으나 실제 퇴출된 기업 비중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배경으로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를 거치며 성장추세가 구조적으로 둔화됐는데 대부분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위축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투자 추세 둔화에는 위기 시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효과(cleansing-effect)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업 역동성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는 이력현상이 나타난 데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력현상(hysteresis)이란 일시적 충격이 경제변수(실업률·투자 등)의 장기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위기로 인한 항구적(구조적) 수요충격이 투자경로를 통해 성장의 추세적 둔화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현상은 미시적인 기업 단위에서도 관측됐다.
 
보고서는 “투자의 이력현상은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에서 발생했다”며 “기업단위 분석 결과, 투자 둔화는 금융제약유동성·담보제약보다는 주로 수익성 저하에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 감소기업은 증가기업에 비해 장기적으로 투자수준이 크게 낮다”며 “연구개발·고용에서도 두 그룹 간 격차가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등과 달리 한계기업이 퇴출되는 정화 메커니즘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아 이력현상이 더욱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2014~2019년 약 4% 비중이었던 퇴출 고위험기업이 산업 내 정상 기업 대체 시, 해당 기간 국내 투자는 3.3%, GDP(국내총생산)는 0.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2022~2024년 퇴출 고위험기업 비중은 3.8%로 금융위기 이후와 유사했으나 실제 퇴출기업 비중은 0.4%로 크게 낮아졌다.
 
보고서는 해당 기간 퇴출 고위험기업의 산업 내 정상기업 대체 시, 국내 투자는 2.8%, GDP는 0.4%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 부진에서 비롯되었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정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투자의 이력현상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구조적 성장추세 둔화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한 경제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할 것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 혁신적인 초기 기업 등에 선별·보조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지원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등에 더해 규제완화로 신산업데 대한 투자 촉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서비스 수요 창출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한계기업의 퇴출 환경 조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는 최근 ‘2025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에서 “우리 경제는 생산성 둔화에 주로 기인해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생산성 둔화는 성장세 둔화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확대 등 거시경제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망한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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