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 정지)이 종료됐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Reuters)에 따르면, 이날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43일 만에 정부 기능이 정상화됐다.

앞서 미 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상원이 수정 통과시킨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다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 의원 6명이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으며, 공화당 내에서도 2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0시24분 백악관에서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일부터 이어진 셧다운이 43일째 되는 날 막을 내렸으며, 기존 최장 기록(35일)을 8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오늘은 멋진 날(great day)”이라며 민주당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2만편 이상의 항공편을 취소시키고 100만명 넘는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복지 혜택이 필요한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셧다운의 명분으로 내세운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요구에 대해 “그들은 불법 체류자에게 1조5000억달러를 퍼주려 했다”고 주장하며 “오늘 우리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은 선거에서 민주당이 한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시예산안은 2026년 1월 30일까지 연방정부에 기존 수준의 자금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셧다운 기간 해고된 연방 공무원의 복직이 보장되고, 무급으로 근무한 인력의 급여는 전액 소급 지급된다. 

민주당이 요구해온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안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은 12월 중 상원 표결을 보장하기로 했다. 

농무부, 식품의약국(FDA), 재향군인부, 군 건설 프로젝트, 의회 운영 예산 등 일부 부처는 1년치 예산이 확정됐고, 셧다운으로 중단됐던 저소득층 식비지원 프로그램(SNAP)도 재개된다. 각 주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연방정부의 공백을 메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번 셧다운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둘러싼 양당의 대립으로 촉발됐다. 정부 기능이 한 달 넘게 마비되면서 항공관제사 인력 부족으로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이 대거 취소·지연됐고, 영양보충 프로그램(SNAP) 재정이 바닥나면서 저소득층 4200만명의 식비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수십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근무를 이어갔고, 일부는 행정부의 해고 방침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요 경제 통계가 제때 발표되지 못하면서 정책결정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셧다운 종료의 계기는 상원에서 민주당 중도파 8명(무소속 1명 포함)이 공화당에 협조하며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것이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요구한 오바마케어 조항이 제외된 채 법안이 통과된 점을 들어 정치적 승리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민주당은 고통을 알면서도 셧다운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불법 이민자와 보험사에 흘러들고 있다며 연장에 반대하고, 대신 새로운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는 처음부터 재앙이었다.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건강보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셧다운이 끝나면서 행정 기능은 복원됐지만 정치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이 연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양당의 예산 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셧다운 종결은 잠정적 휴전일 뿐,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의 복지정책 전면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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