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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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계급 명칭을 외국 군대와 유사한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자위대 계급은 가장 높은 ‘장’(將)부터 일반 병사 중 가장 낮은 ‘2사’(2士)까지 총 16단계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별 3개와 4개의 장군은 모두 ‘장’으로 묶여 있어, 미군의 ‘대장’(General)이나 ‘중장’(Lieutenant General)처럼 구분되는 서열 체계와는 다르다.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각각 지휘하는 ‘막료장’(幕僚長) 역시 사실상 최고 지휘관이지만 공식 계급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막료장을 ‘대장’으로 신설하고, ‘1좌’(1佐)와 ‘1위’(1尉)를 각각 ‘대좌’와 ‘대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따.
또 ‘2좌’와 ‘3좌’는 ‘중좌’와 ‘소좌’로, ‘2위’와 ‘3위’는 ‘중위’와 ‘소위’로 바꿀 계획이다. 일반 병사 계급도 ‘1사’, ‘2사’를 각각 ‘1등병’, ‘2등병’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자위대를 사실상 군대에 준하는 조직으로 국제 표준에 맞추겠다는 의도다. 일본 자위대는 헌법상 ‘군대’로 인정되지 않아 독자적인 명칭을 써 왔으나, 해외 연합훈련이나 국제 협력 과정에서 “계급 구조가 복잡하고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1좌’와 ‘3좌’ 중 어느 쪽이 상급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연립정권 합의문에서 자위대 계급·복제·직종 등의 ‘국제 표준화’를 2027년 3월까지 완료하기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방위성은 명칭 변경뿐 아니라 제복 체계, 직종 명칭까지 개편하는 방안을 병행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보통과’는 ‘보병과’, ‘특과’는 ‘포병과’, ‘시설과’는 ‘공병과’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방위성 내부에서는 “현재 명칭이 이미 정착돼 있고, 조직 문화를 혼란시킬 수 있다”며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방위성 일부 간부들은 “국제 표준화보다 자위대 고유의 전통과 체계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위력의 핵심인 자위대원이 높은 사기와 긍지를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 합의를 고려해 속도감 있게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구체적인 변경안을 확정한 단계는 아니지만, 국제 표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이번 개편을 단행할 경우, 자위대의 위상은 명목상 ‘비군사 조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대 수준의 서열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강조해 온 ‘방위력 강화’ 기조와도 맞물려 헌법 해석상 자위대의 ‘군대화’ 논란을 다시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견지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