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cidddddd@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와 각각 ‘상호무역협정 프레임워크’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이들 국가의 기계류, 보건·의료제품,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화학물질, 자동차, 일부 농산물과 섬유·의류 등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품목에 대해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출범 직후 전면 적용했던 ‘상호관세’(국가별 관세)의 역풍을 진정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에콰도르는 이들 농산물의 주요 대미 수출국이다.
소고기 시장도 제한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미국은 “전반적 공급 충족을 위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이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미국 내 육가공 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통해 소고기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즉각 수사를 지시한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은 같은 날 아르헨티나와 수십 년 만에 가장 포괄적인 양자 통상 협정에도 합의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라나시온·인포바 등은 백악관 성명을 인용해 이번 협정이 관세 인하, 비관세장벽 철폐, 농축산물 시장 확대, 규제·표준의 상호 인정 등을 핵심으로 교역·투자 환경을 전면 재정비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경제개혁 노선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조치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미국산 의약품, 화학제품, 기계류, 차량, 의료기기 등에 대해 관세 우대 조치를 제공한다. 미국도 자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대체재 확보가 어려운 원자재와 일부 의약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한다. 철강·알루미늄의 경우 그동안 50% 관세가 부과돼 왔으나, 이번 합의로 사실상 무관세에 가까운 쿼터 운영 방식으로 전환된다. 지난 2018~2019년 적용됐던 연간 18만t(톤) 상한 모델이 재도입되는 셈이다.
규제·기술 기준 분야에서도 ‘정합성 강화’가 이뤄진다. 아르헨티나는 수입허가제도 등 비관세장벽을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미국 또는 국제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별도의 적합성 평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 안전·배출 기준을 충족한 차량의 수입도 가능해진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선 특허 기준 개선, 특허 부여 지연 해소, 지리적 표시 규정 정비 등 미국이 ‘스페셜 301’ 보고서에서 제기해온 쟁점을 반영했다. 위조·해적판 대응도 디지털 환경까지 포함해 강화된다.
농업 분야에서도 시장 개방이 확대된다. 아르헨티나는 1년 내 미국산 가금육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식 육가공·치즈 명칭 사용 제한도 철폐한다. 소·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위생·검역 절차가 간소화되며, 미국산 유제품의 시설등록 의무도 폐지된다.
양국은 수출통제·투자안보·관세회피 방지 등 경제안보 협력도 강화한다. 데이터 이동 규정도 개선돼 미국은 아르헨티나로부터 ‘적정 수준 보호국’ 지위를 인정받고 디지털 교역이 확대된다. 또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도 투자 확대와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 백악관은 두 나라가 협정문 최종 조율과 국내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해 발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번 협정은 대(對)아르헨티나 미국 기업 투자 확대의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