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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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전날(13일) 밤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발언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초치 시각이 이날 오전 2시 56분(중국시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외교부가 문제 삼은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요건인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특히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전날 린젠 대변인 브리핑에서 “선 넘는 잘못된 언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중국 관영매체도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양국 관계와 전후 국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국제 정의를 난폭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중앙(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당나귀에게 머리를 걷어차인 것이냐”는 표현까지 사용했고, 앞서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X(엑스·옛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발언 철회 없이 중국 측에 반발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쉐 총영사의 표현이 “재외 공관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며 주중 일본대사관이 항의했다고 밝혔다.
자민당 내에서도 대응 요구가 나왔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쉐 총영사 추방 검토를 주장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기존 발언을 번복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변 지적에 대해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일본 내각 다수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일본 모두 최근 외교적 자신감이 높아진 점도 이번 마찰을 키운 배경으로 지목됐다.
마르가리타 에스테베스-아베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는 FT에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방일 이후 외교적 성과를 확보했고,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 모두 더 대담해졌고,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생각을 더 강하게 말해도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이 안보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신뢰도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로버트 뒤자리크 도쿄 템플대 현대아시아연구소장은 FT에 “일본 대중 정책의 가장 큰 난제는 신뢰성이 훼손된 트럼프 행정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관계에 가져올 잠재적 위험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