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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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칠레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율 약 52.39% 기준 결과에 따르면, 집권당 지지를 받은 칠레공산당 소속 하라 후보는 26.58%를 얻어 24.32%를 기록한 칠레공화당의 카스트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두 후보는 오는 12월 14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신임 대통령은 내년 3월 취임한다.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우파 성향 요하네스 카이저 후보(득표율 15%)와 에블린 마테이 후보(13%)는 카스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하라 후보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굳어지지 말라”며 지지를 호소했고, 카스트 후보는 “칠레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최근 몇 년간 불법 이민과 조직범죄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치러졌다.
실제로 그간 칠레에서는 총격전, 납치, 청부 살인 등 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회 불안이 심화됐고, 살인율은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32건에서 2024년 6.0건으로 급등해 같은 해 미국(5.0건)을 넘어섰다.
외국인 인구는 2017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해 전체의 8.8%를 차지하며, 이 중 상당수가 경제 위기가 장기화된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우파 진영은 강력 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급격한 이민 유입을 지목해 왔다.
치안 우선 기류 속에서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요구가 확산했고, 카스트 후보는 북부 국경 장벽 설치,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갱단 소탕 강화 등을 내세우며 지지를 끌어올렸다. 그는 치안 정책에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모델을 언급해 왔으며,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그를 ‘칠레의 트럼프’로 부른다.
반면 하라 후보는 노동·사회보장부 장관 출신으로 최저임금 인상, 노동권 강화, 국영 리튬회사 영향력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편,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남미 지역에서의 우파 확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고, 볼리비아 대선에서도 20년 좌파 집권이 끝나고 중도 우파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가 당선됐다. 내년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선거에서도 우파 후보군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