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발령한 가운데, 중국 주요 국유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을 전면 허용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해 양국 간 외교 갈등과 내각 평가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중국 3대 국유 항공사는 전날(15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의 위약금 없이 취소 및 변경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성명 발표 직후 일부 지방 항공사도 동일한 조치를 따라갔다.
 
이 조치는 주일 중국대사관이 “가까운 시일 내 일본 방문을 엄중히 주의하라”며 일본 여행 자제를 촉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대사관은 “현지 치안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안전 의식을 높이라”며 최근 일본 내 중국인의 신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중일 갈등의 직접적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이를 “노골적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심야에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 관영매체도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국제 질서를 훼손했다”고 비판했고, 일부 관영 소셜미디어 계정은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 또한 본토 방침을 따르며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 권고했다.
 
관광·유통업계는 파급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현재까지 예약 취소 등 큰 변동은 없다고 밝혔지만, 일부 호텔 업계에서는 “단체 예약 취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중국인 소비 비중이 58%에 달한다며 매출 영향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소비액은 약 1조7000억엔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방중해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 등과 만날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NHK에 따르면, 가나이 국장은 회담 자리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일본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며, 견해의 차이가 있더라도 양국 간 인적 교류에는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X(엑스·옛 트위터) 게시물에 대해서도 거듭 항의하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도록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 관계와는 달리 일본 내 여론은 다카이치 내각에 우호적인 흐름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이 15~16일 전국 유권자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9%로 집계됐다. 내각 출범 직후 조사(68%)보다 오히려 1%포인트(p) 상승했다. 비(非)지지율은 19%에서 17%로 하락했다.
 
특히 다카이치 정권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도 67%가 “잘했다”고 답했다. 이는 올해 초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정상회담 평가(긍정 50%)보다 높은 수치다.
 
대신 중일 관계 개선 전망은 엇갈렸다.
 
다카이치 총리가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응답은 43%, 기대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4%였다. 아사히신문은 “중일 관계 대응이 향후 내각 지지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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