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 1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사실상의 ‘한일령’(限日令)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며 일본 여행을 대거 취소하고 문화·항공·경제 분야로 대응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내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한국이 중국인의 최다 해외 여행지로 부상하는 등 중·일 외교 갈등이 동아시아 교류·관광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8일 중국 매체 펑파이는 자국 주요 여행사들에서 일본 단체여행 취소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베이징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체에 “주말까지만 해도 취소가 많지 않았는데 하루 만에 취소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언급했고, 상하이의 한 여행사도 “일본 단체여행 예약의 60%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사실상 ‘한일령’에 준하는 일본 여행 자제 조치를 시행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인의 일본 여행 수요 급감은 바로 한국행 증가로 이어졌다.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去哪儿)이 전날(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주말(15~16일) 중국인의 최다 해외여행 목적지는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1위에 올랐다.
 
국제선 항공권 결제 1위가 한국행이었고, 여행지 검색량에서도 서울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순위에 올랐다.
 
중일 갈등의 직접적 계기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개입 가능성’ 발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상 봉쇄 상황에서 미군이 접근한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행사를 감행하는 사태를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동원한 무력행사가 발생하면 이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대만 유사시를 공식적으로 ‘존립 위기 사태’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존립 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준으로, 미국 등 우방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공동 군사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일본이 대만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중국 외교부는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지난 14일 자국민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외교부는 “일본 내 중국인 대상 범죄가 잇따르고, 최근 일본 지도부의 대만 관련 발언이 교류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이어 15일 중국국제항공·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을 허용했고, 쓰촨항공·샤먼항공·하이난항공·춘추항공 등도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16일에는 중국 문화관광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 권고하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완성됐다.
 
여행 제한에 이어 문화 교류도 중단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중앙(CC)TV는 18일 0시 기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일본 수입 영화의 상영이 잠정 중단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CCTV는 “관객 정서와 시장 성과를 종합 평가해 결정된 조치”라고 했지만, 사실상 외교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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