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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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기업들 10곳 중 8곳(82.3%) 이상이 AI를 경영에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의 이번 조사는 전국 50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됐으며 개인 단위의 생성형 AI 사용이 아닌 생산·물류·운영 등 AI 솔루션의 도입·활용 여부를 조사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활용도가 49.2%로 절반에 가까웠으나 중소기업은 4.2%에 불과했다.
특히 기업들 중 73.6%가 AI 투자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대기업(57.1%) 대비 중소기업(79.7%) 부담 인식 정도가 높았다.
대구 소재 한 제조업체는 “생산공정만 해도 AI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AI 관련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응답기업 중 49.2%가 ‘전문인력 채용 부담’이라 답해 가장 많았으며 ‘개인정보 이슈에 따른 규제 부담’ 20.2%, ‘데이터 정제 부담’ 16.3%, ‘데이터 수집 시설 부담’ 14.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기업들은 AI 인재 채용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 유무에 대해 기업들 중 80.7%가 ‘없다’고 했으며, 충원 방법에 대한 질문에도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내부직원 교육을 통한 전문인력으로의 전환도 14.5%, 신규 채용 기업도 3.4%에 그쳤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국가전략기술 R&D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는 2만1000명으로 중국(41만1000명), 인도(19만5000명), 미국(12만명) 대비 크게 낮았다.
스탠퍼드 HAI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AI 인재 ‘순이동’이 –0.36으로 인재 순유출국으로 나타나는 등 AI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나오는 중이다.
제조기업들은 AI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응답기업 중 60.6%가 AI 전환에 따른 성과에 대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 답했으며 효과가 클 것이라는 곳은 39.4%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AI 전환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 OECD가 G7 및 브라질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AI의 도입·활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투자 수익률 추정의 어려움’이 지목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상의는 ‘역량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 ‘기업의 AI 도입 단계별 지원’, ‘실증 모범 사례의 빠른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명 산업혁신본부장은 “지금은 AI에 대한 미래 조감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실제 데이터 축적과 활용, 인재 영입 등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무역협회와 고려대학교 융합연구원의 공동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7일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 인프라 부족, 전문 인력의 대기업 집중, 높은 초기 비용, 조직 내 공감대 부족 등의 구조적 문제가 제조업의 AI 전환(AX)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AI 전환 성공을 위한 5대 핵심 요인으로 ‘AI 전환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 형성’, ‘전문인력 확보 및 내부역량 강화’, ‘투자비용 문제 극복과 장기적 비전 설정’, ‘데이터 확보·관리 역량 강화’, ‘현장 주도 과제 발굴 및 수용성 확보’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