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과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전쟁을 연내 종결하라며 ‘28개항 평화계획’ 초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이르면 추수감사절까지 서명을 요구하며 사실상 시한을 제시한 가운데, 초안에는 돈바스 영토 포기·병력 제한·나토(NATO) 가입 차단 등 우크라이나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에서는 “러시아는 무엇을 양보했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추수감사절 이전 서명”을 요구하며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을 이달 안에 모스크바에서 타결하고, 12월 초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일정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 역제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기본 조항이 ‘레드라인’을 넘는 만큼 수용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더타임스(The Times)에 “미국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종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가 현재 초안에 동의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안 내용은 러시아에 상당히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앞서 AP·AFP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병력은 현행 88만명에서 60만명으로 제한될 뿐 아니라 NATO 가입은 금지된다. 또, NATO의 향후 확대까지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미국·NATO 군대는 우크라이나에 주둔하지 않으며, ‘신뢰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구체성은 빠져 있다.
 
영토 문제에서는 러시아의 요구가 대폭 반영됐다.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전체와 크림반도를 사실상 영토로 인정받고, 우크라이나가 철수한 도네츠크 지역은 비무장지대로 설정된다. 루한스크·도네츠크·크림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 승인’이 담긴 셈이다.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은 “전선에 따라 동결한다”는 원칙만 제시됐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영토 양도는 금지돼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극히 낮다.
 
러시아 보상안도 명시됐다. 러시아는 향후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동결된 러시아 자산 1000억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입한다. 대신 러시아는 G8에 재가입하고, 경제 제재 해제와 국제 교역 복귀를 보장받는다. 재침공 시에는 제재가 자동 복원되고 군사 대응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끄는 ‘평화위원회’ 설치안도 포함됐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해 구성된 위원회와 유사한 형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의 합의 이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지난 한 달 동안 초안을 작성했다”며 “양측 모두에 좋은 계획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며칠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논의하길 기대한다”며 “우리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하는 품위 있는 평화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초기 반응부터 부정적이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대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빠진 평화계획은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초안은 모스크바에 지나치게 유리하고, 러시아가 무엇을 양보했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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