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찰청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 서울경찰청 전경.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김유진 기자 | 20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특정됐다. 경찰이 전국을 돌며 사망자의 DNA까지 확보해 대조한 끝에 확인된 결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신정동 한 빌딩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전씨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씨는 이미 2015년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이 사건은 2005년 6월과 11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두 피해자 모두 목이 졸린 상태였고, 머리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으며, 시신은 쌀 포대나 돗자리로 묶여 있는 등 범행 수법이 동일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8년간 수사를 이어갔으나,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사건은 2013년 미제로 전환됐다. 이후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우선 경찰은 두 시신에서 공통적으로 모래가 검출된 점에 집중해 서남권 공사 현장 종사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명을 수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이 중 1514명의 DNA를 확보해 대조했다.
 
경찰은 조선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와도 대조하는 등 국제공조도 진행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수사가 장기화되자 경찰은 결국 대상을 ‘사망자’로 확대했다.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 사망자 56명이 후보군으로 올랐고, 이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일했던 전씨가 유력 용의자로 부상했다.
 
경찰이 오래된 기록을 재검토하던 중 전씨가 2006년 2월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개월 뒤 같은 지역에서 성범죄를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씨는 이미 사망해 유골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전씨가 생전에 진료받았던 경기 남부권 병·의원 40곳을 탐문했고 한 병원에서 전씨의 검체를 확보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는 ‘사건 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피해자는 빌딩을 찾았다가 전씨에게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이후 전씨는 노끈과 쌀 포대 등으로 시신을 묶어 인근 주택가에 유기했다. 전씨는 군 복무 시절 수사 부서 근무 경력이 있었고,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여러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사건은 한 방송의 제보로 ‘엽기토끼 살인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동일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전씨가 당시 성범죄 혐의로 이미 수감 중이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두 사건은 관련 없다”고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의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수사했다”며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앞으로도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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