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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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회의 마지막 날 폐막 직전에 선언문을 확정해온 관례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공 개최를 공개 비판하며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에 오히려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의장국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개막식 직후 “압도적인 합의가 형성됐다”며 첫 번째 의제로 정상선언 채택을 선언했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도 “회의 시작 단계에서 컨센서스로 선언문이 통과됐다”고 확인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가 공개한 이번 ‘G20 남아공 정상선언’은 총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구성됐다. 정상들은 “G20은 다자주의 정신 아래 모든 회원국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합의 기반의 구조”임을 재확인하며, 2026년 미국·2027년 영국·2028년 대한민국에서 정상회의를 이어가기로 명시했다. 이는 2028년 한국 개최를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선언문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른 분쟁 해결 의무를 강조하면서, 수단·콩고민주공화국·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가난한 국가들의 부채 부담 완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부담스러워해 온 이슈도 다수 포함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G20이 남아공에서 열린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남아공 정부가 ‘백인 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G20 행사에 미국 인사들을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내년 의장국임에도 회의에 불참했다.
미국 정부는 남아공에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며 의장 성명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이를 일축하며 “발언권은 지리적 위치나 군사력이 아니라, 합의의 힘에서 나온다”고 반박했다. 남아공 외무부도 “우리는 어떤 강압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영향력 행사 시도에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폐막식에서 예정됐던 의장국 이양식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남아공은 미국 측이 요청한 ‘대사대리 참석’을 거부했고, 로널드 라몰라 외무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미국 대사대리에게 권한을 넘기지 않는다”며 이양식 불참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