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개최된 'SK AI 서밋' 내 엔비디아 부스 전경. 사진=진민석 기자
▲ 지난 3일 개최된 'SK AI 서밋' 내 엔비디아 부스 전경. 사진=진민석 기자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이후 유지돼 온 대중(對中) AI 반도체 수출 통제 기조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워싱턴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Bloomeberg)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최근 며칠간 H200의 중국 수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초기 검토 단계”라면서, 실제 승인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H200은 지난 2023년 출시된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의 고성능 GPU로, 동 세대 최고급 제품군에 속한다. 최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B200보다는 성능이 낮지만, 이미 미국이 수출을 허용한 H20보다는 훨씬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다. 업계가 중국 시장용 저사양 후속 모델로 예상했던 ‘B30’은 이번 내부 논의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검토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사우디·UAE에 최신 AI 칩 수출을 허용하는 등 기존 강경 기조의 일부 조정 움직임과 맞물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만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블랙웰 세대 칩이 최첨단이 아니게 되는 1~2년 이후에는 수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강력한 로비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9일 실적 발표 직후 “현재 중국 시장 매출은 사실상 ‘제로’”라며 대중 수출 통제가 회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에게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은 올해 내내 불안정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가 3개월 만에 제한적으로 해제했으며, 이후 중국 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엔비디아 칩 구매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GPU 밀수 의혹까지 불거지며 시장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AI 칩 통제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도입한 규제의 연장선으로, 중국의 군사적 AI 발전을 억제한다는 명분 아래 강화돼 왔다. 그렇기에 H200의 중국 수출 검토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 전략이 조정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워싱턴 내 대중 강경파의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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