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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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엔·IAEA(국제원자력기구)·G20(주요 20개국) 등 다자 무대에서 일본을 정면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일본 정부도 공개 반박하며 긴장감이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푸총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에서 무력 개입 가능성을 드러내며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했다”고 비판했다. 푸 대사는 앞서 18일 안보리 개혁 토론에서도 “일본은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직격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를 겨냥한 중국 측의 공세는 이제 국제기구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리쑹 오스트리아 빈 주재 국제기구 상임대표 역시 지난 2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일본이 군국주의의 길을 다시 걷는다면 국제사회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카이치 내각이 검토 중인 ‘비핵 3원칙’ 수정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는 20일 성명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를 두둔하며 “대만해협 긴장에 대한 경고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쉐젠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폭력적 표현에 대해선 “용납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현장에서도 중일 양국의 기류는 냉랭했다. 중국 외교부는 리창 중국 총리가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남아공이 중국의 대만 입장을 지지했다”고 강조하며 신흥국 지지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NHK는 단체사진 촬영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과는 인사했지만 리창 총리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 측도 양자 간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사전에 못을 박은 상태다.
양국의 설전은 유엔 헌장의 ‘적국 조항’ 문제로도 번졌다.
주일 중국대사관이 일본을 겨냥해 “파시즘 국가가 침략 행동을 취할 경우, 창설국은 안보리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자, 일본 외무성은 유엔 총회의 결의로 해당 조항은 이미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일본은 난세이(南西) 지역 방위력 강화 움직임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이날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을 시찰하며 대만 유사시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이 지역은 내년까지 전자전 부대가 추가 배치되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도입 계획도 잡혀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전날(22일) 대만과 가장 가까운 이시가키섬 자위대 기지를 방문한 데 이어 “난세이 방위 체제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총리는 각각 이재명 대통령과는 같은 자리에서 회동하면서 양국 간 첨예한 대립 기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통령실은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동에서 양 정상이 양국 관계의 중요성과 협력 필요성을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며 “두 나라가 협력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향후 ‘셔틀외교’를 지속하며 경제와 안보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더욱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곧이어 이뤄진 리창 총리와의 회동에서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됐다고 강조하며 양국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협력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리 총리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은 성공적이었다”며 “여러 현안에 대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해달라며 베이징에서 이른 시일 내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이러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시 주석의 안부 인사를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