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개인적 입장 ‘설교’ 신중했어야

하루도 쉬지 않고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국민들과 그런 국민들을 '광우병 괴담'에 속고 있거나 배후조종 당하고 있다고 하는 정부와의 마찰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종교계의 유력인사인 조용기 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우병, '마귀의 꼼수'

조용기 목사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있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하는 기도회에서 “광우병 괴담은 공포를 일으켜 우리를 패배시키려는 마귀의 꼼수이며 미국과 우리나라를 이간질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치러진 '나라를 위한 특별기도회'는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1만여 명의 신도들이 모였다.
한기총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등 정치적 의미가 담긴 내용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실제 집회현장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특정세력의 왜곡이라 규정하고 친미-친정부적 발언을 이어 나가 광우병 촛불문화제와 반대되는 성향을 띄었다.

조 목사는 “인간은 가난, 비난, 질병, 노쇠, 자유 상실, 죽음 등 온갖 공포에 시달린다. 사람의 마음속에 공포가 들어가면 이성이 마비되는데 병보다 마음에 일으키는 공포가 더 무서운 것”이라며 네티즌들이 알고 있는 광우병 정보가 '괴담'으로 잘못된 여론임을 강조했다.

조 목사는 또 “특정방송과 언론이 선동으로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광우병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한다. 뜬소문, 비과학적 부화뇌동에 놀아나지 말고 근거 없는 궤변에 귀 기울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병에 안 걸렸고 병에 걸릴 가능성도 거의 없는데 왜들 법석인가"라고 물은 뒤, "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한 배후세력들, 특정이념과 정치적 이념을 갖고 선동하는 단체들이 문제”라며 거듭 배후선동을 자신했다.

그는 또 “왜 특정 매스컴은 예전에 틀었던 영상을 틀고 또 틀고 하겠냐”며 “특정 매스컴이 부정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이념적,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MBC의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초·중·고생들이 뭘 알겠냐”며 “초등학생은 광우병이란 단어, 개념 자체도 모른다. 이런 학생들 선동해서 촛불 들게 하는 게 민주주의냐”며 시민단체 등을 비난한 뒤 “이성을 저버리지 말고 감정을 가라앉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목사는 “제가 아는 바로는 전문가들은 미국소를 먹어서 광우병 걸릴 확률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한 뒤 “전문가들이 괜찮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조 목사는 “석 달 만에 대통령의 발목에 상처를 주고 대통령을 향해 리콜을 외치는 모습을 못 봐 주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덧붙여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대통령 뽑았으면 지켜봐줘야 하는데 이런 배후에는 특정 방송과 신문이 편파 보도로 반미사상, 정권 무력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백년간은 세계 군사·정치·외교를 좌우하는 초강대국이며 심지어 북한도 화해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우리는 6.25때만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 미국에 공산품, 섬유제품을 팔면서 비교적 잘살게 된 거다. 그런데 미국을 물러가라하면 우리는 다시 헐벗고 경제 불황이 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끝으로 “국가와 국민과 정부를 위해 기도하고 말해야 하지 기도도 안 해 보고 욕하고 손가락질하면 어쩌나. 오늘 욕 할 사람 많을 거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난 하나님 편, 국민 편이다. 주님, 대통령, 국민을 믿고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종교적 접근, 문제 있어

조 목사의 설교를 들은 한 네티즌은 “남을 설득할 땐 설득하려는 사람이 증거를 대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며 종교적 신념만으로 무조건 광우병을 괴담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순복음교회 측 관계자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언론사들도 입장이 다르듯이 조 목사의 발언은 단지 원로목사의 개인적 발언이다”라고 말하며 “교회차원에서의 공식적 입장은 없다“며 신중을 기했다.

반면 조 목사의 설교에 보수 언론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사람의 마음속에 공포가 들어가면 이성이 마비되고 패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작금의 광우병 선동은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방송언론이 과학을 버리고 미신을 퍼뜨리는 양상이다. 이로써 KBS와 MBC는 언론기관이 아니라 선동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조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대신해준 격이다. 국민들을 거짓선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과 장관들은 선동 방송 눈치를 보는데 종교인이 나서서 진실을 말한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조 목사의 발언을 듣고 부끄러워 할 줄이라도 안다면 다행이다”라고 대통령과 장관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박창수 사무국장은 조목사의 설교에 대해 “한마디로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박 사무국장은 “조용기 목사가 광우병 위험에 대해서 진상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알면 그런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아마 조·중·동 문화까지 4개 신문만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며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가진 사람은 조 목사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조·중·동에서 계속 얘기하는 것만 듣다보니 (광우병)아무 문제없다고 하고, 무비판적이 돼 간다”고 꼬집었다.

박 사무국장은 “조 목사의 그런 모습이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조 목사의 발언으로 기독교에 대해서 더 배타적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신중치 못한 모습을 비판했다. 그리고 “광우병에 대해 공부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미국서도 쇠고기 두려워해

미국에 사는 한 주부는 “현재 미국에서도 쇠고기 때문에 사람들이 맥도날드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전하며 “맥도날드에서도 닭고기를 이용한 메뉴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부는 “나도 순복음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사람들 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조 목사의 말을 믿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용기 목사는 보수적이고, 친미주의로 항상 북한을 경계해야 된다고 자주 설교했다며 미국을 좋은 쪽이라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미국이 강대국이라 우리나라가 손잡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한 말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는 영향력 있는 종교계 지도자로써 적절하지는 않은 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조용기 원로목사의 기도회에서 발언으로 인해 MBC 김주하 앵커 또한 구설에 올랐다.
김주하 앵커는 지난 9일 신도 1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의 사회를 봤다. 언론에 공개된 이날 행사에서 김주하 앵커는 '집사'이자 '앵커'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다음 아고라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종교의 자유도 좋지만 중도적 입장을 취해야하는 뉴스 진행자가 대외적인 종교집회의 사회를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 앵커를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를 이뤘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김 앵커의 참석은 단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개인의 종교활동”이라며 “기독교의 부패나 비리와 관계없이 개인적 종교활동마저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라며 반박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정애 기자 jung@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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