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장애보다 장기적인 장애가 오히려 낫다’
새 학기나 새 학년이 시작될 때 학생들은 의례 몇몇의 물건들을 구입하게 된다. 최근엔 전자사전이 그 품목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 전자상가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새 학기 시즌에 컴퓨터나 MP3등이 많이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전자사전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 모 군은 “공부를 할 때 사전을 찾게 되는데 여러 종류의 사전을 가지고 다니려면 안 그래도 무거운 가방이 더 무겁다”며 “작년 전자사전을 구입했는데 빠른 검색과 휴대가 편리해 자주 사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렇듯 전자사전은 사용에 따른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가중되어 가고 있다.
구입 후 7일부터 시작된 악몽
샤프전자에서 나온 전자수첩을 구입한 정 모 씨는 “구입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한 달 동안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 됐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내 괜찮아져 그러려니 하고 계속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 김 모 씨는 “액정에 줄이 가서 사용상 불만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 장애라고만 생각해 A/S를 미뤄왔다”며 “지금도 문제는 생기지만 A/S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발견한 정 씨는 “정상이 아니라며 구입한지 얼마 안됐으니 교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정 씨의 기대감과 달리 본사는 “소비자 보호법에 동일한 고장으로 3회 이상 접수 됐거나 4회째 고장이 났을 때만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
정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전자사전 때문에 많지도 않은 서비스센터를 4번씩이나 찾아가는 건 불가능해 교환을 포기하고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하는 동안 키패드 불량, 동영상 재생 불량, 화면 불량, 심지어 찢어지는 소리까지 나는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정 씨의 전자수첩은 끝내 전원이 들어오지 않게 됐다. 정 씨는 “평생 사용할 생각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고가의 제품을 구입했는데,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에 불안함을 느꼈다”며 말한 정씨는 '번거롭더라도 4번 이상 A/S를 받아 꼭 교환을 받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원 들어오면 그때 말해라
서비스센터에 도착한 정 씨는 직원에게 전원불량과 평상시 자주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접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직원의 말에 정 씨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현재 확인되는 고장만 접수 된다”며 “현재 전원불량만 접수했다”는 것.
이에 정 씨는 “전자제품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데 현재 확인 가능한 상태만 접수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전원이 안 들어오는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샤프전자의 안일한 서비스에 불만을 성토했다.
하지만 수리 후 10일이 지나고, 그전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정 씨는 “계속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A/S센터에 문의를 해야 했다. 하지만 A/S센터는 “완벽하게 수리했으며 업그레이드까지 마쳤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불쾌감을 느낀 정 씨가 “수리했는데 왜 전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냐”며 따지가 담당직원은 그때서야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설명만으로 어려우니 직접 봐야 알겠다”며 정씨에게 다시 한 번 A/S 센터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정 씨는 “길도 멀뿐더러 처음에 수리를 요청할 때 봐준다고 하더니 왜 딴 소리 하냐고”따지자 서비스센터는 당당하게 “착불로 택배 붙여라”고 말할 뿐이었다.
정 씨는 “택배를 수발하는 동안 전자사전을 사용 못하는 것에 대한 사과는 커녕 귀찮아하는 서비스센터의 태도에 너무 기분 나쁘다”며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 취급하듯 한숨 쉬어대며 고객을 대할 때는 언제고 자기들의 서비스는 정말 과관”이라며 샤프전자에 치를 떨었다.
덧붙여 “교환을 받고 싶으면 앞으로 3번을 더 수리 요청해야 하며 이번에도 A/S센터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아예 접수가 안된다”며 “주기적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전자사전도 화가 나지만 더 화나는 건 A/S센터의 '배짱' 대처”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실수 '인정' 개선노력
이런 문제점에 대해 샤프전자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기본적으로 전원불량이란 문제점과 다른 불편사항에 대해 체크를 해줬어야 한다”며 “담당 직원의 미숙함이 문제인거 같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교육일정에 따라 서비스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대행점이나 본사에서 교육은 하고 있어도 실질적인 미숙함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고객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문제점에 대해 노력하고 개선해서 앞으로 불미스러운 문제를 해결 하도록 노력 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방문수리'와 더 나아가 제품의 결함율을 떨어뜨려 고장을 최소화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당부했다.
투데이코리아 이민재 기자 sto@today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