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득권층 '내 몫'챙길때 신 빈곤층 '아우성'…편가르기 지혜

'이솝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어느 날 사자가 사냥을 하러 갔다. 나귀와 여우가 사자를 따라 나섰다. 제법 수확이 짭짤했다. 사자가 수확물을 나눠보라고 지시했다. 나귀가 똑같이 3등분했다. 그러자 사자가 다짜고짜 화를 냈다. 나귀를 잡아먹어 버렸다.

사자가 이번에는 여우에게 수확물을 나눠보라고 했다. 여우는 자기 몫으로 아주 조그만 덩어리 하나를 빼놓았다. 나머지 큰 덩어리는 모두 사자 것이라며 공손하게 바쳤다. 사자가 만족했다. 여우를 칭찬했다. "너는 수확물 나누는 방법을 잘 아는구나. 그렇게 좋은 방법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여우가 대답했다. "나귀가 가르쳐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말했다. "국민 복지 향상과 경제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 같이 가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성장의 의미도 없다."

참여정부는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요시했다. 집권 후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분배를 중요시하는 발언이었다. 임기가 끝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노무현 분배학'을 보면 한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는 이른바 '운동권', '386'들이 상당수 '신 기득권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 기득권세력이 분배의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부터 엄청난 '봉급저축'을 하고 있다. 마치 '사자와 여우의 분배'다.

새로운 기득권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코드인사'다, '낙하산'이다 말들이 많지만 아랑곳없다. 인사는 고유권한이라며 오히려 반박하고 있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장관 정책보좌관'이라는 자리에는 전·현직 84명 가운데 46.4%인 39명이 청와대, 여당의원 보좌관, 당직자 출신이라고 했다. 46.4%면 절반 가까운 숫자다. 거의 절반을 '코드'와 '낙하산'으로 채운 것이다.

장·차관급 정원은 137명으로 지난 정권 때보다 31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무슨 위원회라는 것은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생겼다. 모두 높은 연봉들을 받고 있다.

큰 정부를 한다며 공무원을 25000명이나 늘리는 바람에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가 사상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 20조4000억에 달하게 되었다. 국민이 100만원의 세금을 내면 이 가운데 14만1000원이 공무원 월급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 산하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108개 정부 산하기관 직원의 1인당 월 인건비는 421만원으로 500명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인건비보다 18%나 많다는 보도다. 직원 수도 1년 사이에 11.6%나 증가, 11만2247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기득권세력과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은 분배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국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국민 가운데 18%나 되는 869만3000명이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127만2500원 미만인 사람이 이렇게 많다. 빈곤층은 참여정부 초인 2003년에는 국민의 16.9%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영세 자영업자의 37%가 월 소득 1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업급여 신청자는 56만5753명으로 20%가 증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만든다며 떠들썩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2배나 된다. 서울시에서 932명을 뽑는 하반기 공무원 공채에 무려 15만 명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던 부동산정책은 거꾸로 가격을 올려놓고 있다.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값마저 치솟고 있다. 그런 정부가 2030년에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현재의 5.1%에서 16%로 높일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서민은 집 가질 생각을 버리고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면 된다.

반면 노 대통령은 벌써부터 은퇴 후의 '내 집'을 마련하고 있다. 1000평이나 되는 넓은 터를 잡을 예정이라는 보도다. 전 총리도 어느 섬에 수백 평의 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잘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편가르기가 분배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편가르기 분배학'이다. 기업을 살리고 경기를 부양해 '파이'를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작은 파이의 큰 덩어리만 차지하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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