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대로 하면 그만, 피해 업체 나 어떻게

귀금속•보석 업계 모 사장은 최근 지식경제부가 보낸 공문을 받지 못해 RFID 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공문을 관련 협회나 단체에 보내지 않고 법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해당 공문은 2009년 4월 1일자로 수신자는 한국귀금속관련단체장협의회로 되어있다. 공문 내용은 2009년도 'RFID기반 귀금속•보석 유통정보관리시스템 구축사업' 참여 업체를 4월 9일까지 추천하라는 것이다.

이 업계 사장은 한국귀금속관련단체장협의회는 귀금속•보석 업계 단체와 협회장 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아직 지식경제부로부터 인가가 나지 않은 업계 자율적 모임으로 일부 단체들은 여기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정부의 공문은 개별 단체나 협회로 각각 보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공문을 전달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할지도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공문자체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수신자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 같은 행정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공무원의 생각대로 일을 하는 결과가 한 업체의 사업 참여기회 박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얼빠진 행정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한국귀금속관련단체장협의회가 실체적으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행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존하지 않는 단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담당공무원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 그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정 단체나 협회를 염두에만 둔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RFID 기반 귀금속•보석 유통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계획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는 사업계획서에서 제조업체의 역할을 '생산된 귀금속의 무자료 거래 및 정상/비정상 유통'으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이다.

어떻게 정부에서 제조업체의 역할을 무자료 거래나 비정상 유통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담당공무원의 의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이 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고유의 역할로 규정하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담당공무원의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또 다른 사례로 사업계획서의 성능시업 항목에서는 '사전 BMT를 추진할 수 있는 시험환경 및 규격이 국내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전 BMT 추진이 불가능'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보다 앞서 공개된 다른 사업계획서에는 분명히 '국내 기술기준 및 시험환경이 마련된 900MHz 수동형 RFID 관련 장비(태그, 휴대형 리더, 태그발행기 등)'으로 명기가 되어 있어 담당자들이 개별적인 목적에 따라 중요한 내용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시험환경이나 규격은 대표적인 지식경제부 소관업무이고 이들 사업계획서의 전담기관 담당자가 동일인 것으로 미루어 'RFID 기반 귀금속•보석 유통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계획서가 지식경제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의 업체 지원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담당자가 중요한 기준에 대하여 모르고 진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들에 대하여 담당공무원들이 안이하고 즉흥적인 행정처리의 대표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제멋대로 행정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스스로가 보다 전문성을 갖고 강도 높게 소명의식을 갖고 행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으로는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이나 기업을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행정이 아쉽다는 것이다.

 


본지가 'RFID 기반 귀금속•보석 유통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1개월여 간 지식경제부, 한국전자거래진흥원, 귀금속보석 업계, IT업계, 관련 전문가 등에 대하여 폭넓은 취재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3회에 걸쳐 제2의 전봇대 행정 사례를 발굴하여 보도한 것은 아직도 행정기관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과거의 행태를 벗기고자 하는 업계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으로 본지는 지식경제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해나가는지 지켜볼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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