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4·15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이 내부 갈등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빠른 시일 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보수 분열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21일 미래통합당은 차기 당 지도체제를 소속 의원들에게 전화를 통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통합당은 “21일 21시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는 다음날 오전 10시 최고위원회의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전 총관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내부 혼란을 정리할 것인지 현재 심재철 권한대행을 두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 것인지 둘 중 하나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20대 소속 의원들과 21대 총선 당선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통해 다수 의견 결과가 나오면 계획을 바꾸지 않고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소수 의견으로 결론이 난다면 내부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통합당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오면 ‘외부 인물’이라며 반대하고 비대위를 꾸리지 않으면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 한다”라며 “차라리 새로운 개혁적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이견 차이도 좁혀지지 않고 새롭게 갈아엎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인물은 현재 당내에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지 않으면 통합당은 지도부의 리더십 없이 전당대회를 열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통합당 최고위원 중 21대 총선에서 살아남은 인물은 조경태 의원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까지 언론을 통해 “그것(비대위 문제)은 자기네들이 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한 뒤 “나를 놓고 이래라저래라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어 통합당 당내 이견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 여부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원래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 (저는) 2012년에도 겪어본 사람”이라면서 “더는 나한테 (비대위 관련) 물어보지 말라”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전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온 것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은 어긋난 것이다. 당시 현실성 ‘제로’에 가깝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해결해야 할 걸림돌은 하나 더 있다.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다. 최근 일부 보수 유투버와 ‘태극기부대’는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차명진 전 의원 등 통합당 일부 인사도 동조했다.

차 전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저도 처음에는 안 믿었다”며 “최소 12곳에서 사전선거 결과가 이상하다. 최소 이곳들만이라도 사전투표함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경욱 의원이 이번 선거가 뭔가 이상하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들은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중 의원도 "이번에 사전투표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 실증적, 구체적 수치가 제시가 됐다"며 "그게 만약 진실로 밝혀진다면 부정 선거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전투표 조작설 중 하나는 서울·인천·경기 사전투표 득표율이 소수점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63% 대 통합당 36%'로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의 관외 사전투표/관내 사전투표 비율이 똑같다는 의혹, 사전투표함이 바뀌었다는 의혹 등도 제기된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제21대 국선 시도별 정당별 득표현황(지역구)'에 따르면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은 서울(61% 대 34%), 인천(58% 대 33%), 경기(60% 대 34%)로 의혹과는 다르다.

장제원 의원은 의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진 것"이라며 "민심을 바로보고 우리가 왜 패배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또 다른 논란을 낳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해야 하는데 그 수많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조작에 개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죽어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과거 선거 등에서 음모론을 폈던) 김어준씨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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