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postmaster@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코로나 이후 대비, 과감한 시장 활성화 방안 추진해야
▲ 투데이코리아 김성기 부회장.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으로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재난지원금 제공과 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등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경제가 엄청난 충격에 빠져 가계와 기업 모두가 허우적대는 형편인 만큼 우선 급한 불부터 잡고 보자는 긴급대책으로 이해된다. 다만 긴급대책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방법일 순 없다.
음식점과 중소형 마트 등 자영업자들의 동네상권은 이미 휴폐업이 속출하는 빈사 상태에 빠졌고 이른바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중소 제조업도 한계상황에 몰려 가동률이 급감했다. 그나마 1분기까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출은 4월부터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는 1980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출전망을 보였다.
유례없는 침체 속에서 우선 소비를 살려 쓰러지는 가계를 지탱한다는 취지에서 4·15 총선 전부터 재난지원금 제공방안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 거론됐다. 그러나 소득수준에 따른 지원대상 선정과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가 갑론을박을 벌여 시행이 5월로 미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난지원금 대상과 재정 확보 방안을 놓고 소신을 펴기도 했지만 그도 잠깐이었다. 홍 부총리는 여당의 압력에 진퇴까지 거론됐다가 눌러앉은 처지다.
당장 쓰러지는 기업을 살려 고용을 유지하고 위기에 처한 가계를 지탱해야 하려는 긴급처방은 필요한 수순이라고 본다. 다만 재난지원금과 긴급대출 제공 등 돈다발 대책에 의존하는 대증요법만으로는 경제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꼭 필요한 긴급처방은 신속하게 실시하되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전략, 뉴 플랜을 세워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방역 잘했다고 자화자찬에 빠져 실기했다가는 코로나 이후 세계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어렵다.
경제 회생을 위한 전략 수립에는 정부가 앞장을 서고 정치권이 힘을 받쳐주어야 한다. 청와대가 홍 부총리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었다지만 새로운 경제 전략을 강구하는 막중한 일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당에서 툭하면 거취를 묻겠다는 압력을 받는 형편에 소신을 내세워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하는 뚝심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여야 정치권은 궁리가 다르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승자의 오만으로 거들먹거리는 분위기이고 완패 후 지도부 공백에 빠진 미래통합당은 보기에 딱한 내분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넉넉해진 의석을 바탕으로 세제를 강화해 재산세를 대폭 올리고 법인세도 손보아야 한다는 증세방안까지 흘리고 있다. 여기에 총선에서 야당에 표를 몰아준 서울 강남지역을 세금으로 혼내주어야 한다는 일부 친문(親文)세력의 요구도 끼어든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제2금융권에서 신용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는 규제강화나 증세의 뇌관을 건드려 파국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피하고 발상을 전환, 세금부담을 줄여 민간부문의 활력을 키워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코로나를 계기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와 생명공학을 비롯한 바이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규제완화와 세제지원을 통해 민간부문의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비교우위를 이용한 4차산업 육성으로 시스템 구축을 선점해야 한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 부를 정도로 대량생산의 비교우위에 의존했던 기존 생산 유통 시스템은 코로나 이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력 투입을 줄이면서도 AI를 활용,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공장을 주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농업 분야 역시 첨단 IC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농장의 규모를 키워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할 것을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투기억제라는 명분에서 부동산 규제에 전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와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토지이용을 촉진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고층의 고밀도 아파트를 허용하고 녹지와 편의시설 용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과연 정책 전환의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세계는 엄청난 변화의 흐름을 탈 게 분명하다. 기업의 생산 유통 시스템이 변하고 금융 서비스업과 농업은 물론 인적 교류까지 변화가 불가피하다. 빠른 변화에 먼저 나서 대응할 수 있는 뉴 플랜은 생존에 필요한 전략이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