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성폭력 해결...'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무용지물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에 이어 최근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수원 두바이 직원의 성희롱 메시지 논란이 알려지면서 정재훈 사장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에서의 성추문 사건은 2018년 11월에도 있었다. 이는 정 사장이 취임한지 7개월여 만의 일이다. 연이은 성폭력 사건으로 한수원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라는 재발방지대책을 실시했다. 성폭력을 저지른 직원들을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바이 ‘성희록 의혹’ 전모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 한인회에 지난 7일 A 씨는 한 글을 작성했다. B 씨와의 중고거래 과정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A 씨가 작성한 글의 제목은 “중고거래 시 변태 조심하세요”다. 이 글에서 B 씨는 A 씨에게 “잘 때 쓸 건 있나요?”, “프로필 사진 실제인가요?”, “삭제한 메시지는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궁금하군요” 등의 말을 했다.
 
A 씨가 답하지 않자 “주말인데 술 한잔 하죠” “이불 쓰던 것 그대로 줬으면” 등의 매우 부적절한 말을 했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B 씨는 두바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수원 직원이었다. 앞서 A 씨는 B 씨에게 “한수원 감사팀에 신고하고 한인회에 알리겠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한수원 측은 사실 관계 확인이 끝나는 대로 B 씨에 대한 인사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두바이 현장에서의 한수원 성추문 사건은 2018년 11월에도 있었다. 당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한수원 직원은 비정규직 외국인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해당 직원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지난해 1월에는 한 사회초년생이 한수원 인재개발원의 H 노조위원장(2014년 당시 한수원 노동조합 국장)을 비롯한 D 대리, E 주임 등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피해자 C 씨는 2014년 00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수력원자력 인재개발원에 입사했다. 그해 4월, 전체 회식 장소에서 C 씨는 노조위원장 H로부터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H는 C 씨와 함께 있던 여직원 사이에 앉았다. 그는 한 여직원 에게 "내가 니 20살 때부터 봤다. 우리는 가족이다."며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 한수원 홈페이지 정재훈 사장 인사말 중 캡처
사진제공= 한수원 홈페이지 정재훈 사장 인사말 중 캡처
성추행 무풍지대 
 
문제는 여기서 그치기 않았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H의 막가파식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지켜만 봤다.
 
한수원은 성추행 무풍지대였다. C 씨는 H뿐 아니라 한수원 입사 초기 같은 부서에 있던 E 주임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 씨는 2015년 5월 21일 경주에서 열린 1박2일 워크숍에서 E 주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당시 "K는 다른 워크숍 참석차 인근 숙소에 머물렀다. 갑자기 저녁에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있던 여직원은 이상하다며 거절했다. 저도 거절하려 했다. 숙소 로비에 있다는 말에 차마 상사의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했다.
 
당시 한수원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조사자체가 끝났고 결과보고서가 아직 제출되지 않아 처분이 되지 않은 것이다. 2월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현재 가해자들은 정상적으로 회사에 근무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가해들을 해임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기자는 한수원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수원의 성비위 관련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8년 9명의 한수원 직원이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았는데 이 중 해임된 직원은 2명이다. 나머지 7명 중 1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고, 감봉과 정직 처분을 받은 직원이 각각 3명이었다. 2019년에도 10명이 성범죄 관련 징계를 받았지만 해임된 직원은 2명이었다. 나머지 8명 중 2명은 각각 견책, 2명 감봉, 4명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한수원은 2017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양성평등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2018년부터 성폭력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같은 해 12월에는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다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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