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재추진 이어 가덕도신공항까지 춤춰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입질해온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간판급 국책사업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이전을 띄워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과 비슷한 맥락이다. 국가의 장래가 걸린 주요 현안들이 기준과 절차를 외면하고 정략에 따라 변질되는 적폐가 이어지고 있다. 독선이 몰아올 졸속과 폐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지난 17일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수준의 신공항 건설은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해신공항 계획을 사실상 백지로 하고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언급했고 여권에서 지지해온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겠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민주당은 검증 결과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만들어 예비타당선 조사를 건너뛰고 2028년까지 완공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은 이제 속도전에 맛을 들여 툭하면 특별법 제정 등 입법 추진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날뛴다. 부산 출신 야당의원들까지 특별법을 거론하는 실정이니 여당은 더욱 기세가 오른다.
 
4년 5개월 전 정부 의뢰로 동남권신공항 사업 타당성 검토를 맡았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김해공항 확장안과 밀양, 가덕도 등 후보지 3곳을 놓고 평가한 결과 건설비용이나 안전성, 접근성 등에서 가덕도가 3위(635점)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다고 공개했다. 1위는 김해(818점), 2위는 밀양(665점)이 차지했다. 그러나 부산과 경남지역 출신 정치권 인사들은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해야 부산항과 연계한 획기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해나 밀양공항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역중심의 논리가 그 배경을 이룬다.
 
오거돈 시장이 성추행으로 물러나 오명을 뒤집어쓴 입장에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여당은 열세를 뒤집을 카드로 지역민심을 자극하는 가덕도안을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0조원에 이르는 사업비 부담과 효용성, 안전성 논란에 따른 국민 우려는 뒤로하고 우선 지역민심에 편승, 보궐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계산이다. 당장 대구 경북지역 민심이 반발하고 있지만 어차피 부산 보궐선거와는 무관하고, 내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해야만 2022년 대선까지 유리한 국면으로 끌어갈 수 있다는 판세분석을 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얼마전 충북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세종시에 국회 완전 이전을 목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2004년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 이전도 일단락된 사안인데 이 대표가 당내 수도이전 주장에 맞춰 국회 완전 이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 민심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주요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으나 여당은 힘을 바탕으로 강행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전남 출신인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로 확정될 경우 호남권에다 충청권 표를 몰아 승리 기반을 굳히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현 정권은 압도적인 여당 의석과 지지층 결집으로 부풀린 위력을 앞세워 대형 국책사업이나 주요 현안뿐 아니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민생 대책에서도 오만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 파장으로 경제는 갈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임대차 3법 개정으로 주거불안까지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내 갈 길 가겠다’는 자세다. 호기를 이용해 좌파의 정치·경제적 기반을 다지는 입법에 주력하겠다는 속셈인 듯하다.
 
민주당 사무총장인 박광온 의원은 임대차 기간 2년에 계약갱신청구권 2년으로 4년까지 연장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다시 바꿔 임대차 보장 3년에 갱신청구권 3년으로 6년까지 거주토록 하는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초등학교가 6년이므로 이에 맞춰 거주기간을 3+3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대차 3법을 잘못 건드려 전세대란이 일어난 시장 형편을 어느 의원보다 잘 알고 지도부 의중에 가장 민감한 사무총장이 한술 더 떠 이런 재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수준이니 민주당 내 기류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윤준병 의원은 전셋값이 치솟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예 전세상한제를 두자는 주장까지 펼쳤다.
 
민생의 심각한 어려움은 뒤로하고 정략과 독선에 빠져드는 권력에 대해 여론은 우려, 냉소가 섞인 싸늘한 반응부터 보인다. 최근 쿠기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정권 차원의 미운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24.7%)에 올랐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여당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의미를 절하했지만 정권의 오만에 반발한 민심 결집이라는 평가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표심이 단번에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뛰어넘어 윤 총장을 선두로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집권 초기부터 권력 앞에 어른거리던 ‘오만의 덫’이 요즈음 유난히 크고 날카로워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