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문의하자 “예의없다” 게시글 올리기도
SNS상 소비자 권리 침해는 지속적인 문제...판매자 태도 변해야

▲ 한지은 기자.
▲ 한지은 기자.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다.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왕’과 같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비용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며 ‘갑질’의 도마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판매자가 ‘왕’이 된 추세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 쇼핑 플랫폼의 자리에 우뚝 섰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간단히 게시글을 올리는 형태로 쇼핑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비자들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하기 전 각종 요소를 따져본다.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만족감을 얻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동일할 것이다. 가격, 품질, 구성, 환불 규정 등은 그중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기도 하며 그동안 대부분 물건을 고를 때 자연스레 제공받았다. 하지만 SNS 상의 물건 판매 게시물에는 “가격은 DM으로 문의하세요”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가격 문의조차 하지 말라는 SNS 판매자들에 대한 황당함이 가득하다. “네일숍에서 가격 문의를 하지 말라는데 그럼 대체 어쩌란 건가요?”, “인스타그램에서 가격 문의를 했다고 예의 없다네요”라는 글들이 파다하다.
 
실제로 한 게시글엔 사진이 한 장 올라와 있었다. 한 인스타그램 판매자가 올린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헬스 PT 가격을 문의한 소비자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초면에 예의 없이 가격 문의부터 하는 분은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행태를 보고 있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온라인상에서의 쇼핑이 급속도로 확대되며 허점들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SNS 상에선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주체가 되어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 뿐만 아니라 강습 등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도 다수다. 소비자들은 물건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넘어 ‘인플루언서’들에게 믿음을 가지고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 판매 시 가격을 게재하지 않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한 인플루언서는 “가격을 명시하지 않아야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며 물건이 더욱 잘 판매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가격을 게시하지 않아 판매에 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인 가격에서 시작한 논란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기만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그간 SNS 상에서 물건의 기능을 속여판 사례, 뒷광고 논란, 환불·교환 불가 논란 등이 줄지어 발생했다.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 행태는 점차 소비자의 자리와 권리를 위협하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차례 뜨거웠던 ‘뒷광고 논란’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현재 전자상거래 법상에선 자격요건을 갖춘 판매자인지를 표시하는 의무규정이 없다. 이에 소비자가 판매자격이 없는 사업자로부터 상품을 구매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규제는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빠른 규제를 하지 않은 국가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거래에서 당연시 되어왔던 ‘상식’마저 삭제한 판매자들의 책임이 더욱 큰 것은 분명하다.
 
타인의 비용을 제공받았다면 고객의 만족도에 대한 책임감까지도 가져야 하는 주체가 판매자다. 그 누구도 ‘왕’이 아니다. 하지만 동등한 주체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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