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위한 코로나19 시스템 부재

▲ 한지은 기자
▲ 한지은 기자
그리스 신화에는 영웅 ‘아킬레스’가 등장한다. 그는 엄청난 장수였지만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아 죽게된다. ‘아킬레스건’은 여기서 유래해 승패를 정할 수 있는 결정적 약점을 의미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닥치며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도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직장을 잃으며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의 회복과 관련한 논의를 해왔다. 이를 통해 재난 지원금 지급 등이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자신의 구제를 위해 끊임없이 소리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마저도 힘겨운 이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사회적 약자’라고 부른다.
 
2020년은 유독 아동 학대 사건이 많았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자연스레 아동폭력, 가정폭력의 비중이 증가했다. 창녕 아동학대, 라면 형제 화재사건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 가정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은 외부의 노출이 적고 내부에서 이뤄져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간 아동학대를 밝힐 수 있도록 한 주요 신고자는 학교나 병원 등 외부기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요즘은 외부에서 소리 등을 듣고 신고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마저도 학대 부모가 대면 조사를 거부하면 상황 파악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코로나19로 변화한 생활방식이 장애인들의 일상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항균필름은 점자를 덮었고 마스크는 사람들의 입을 가렸다. 이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과 청각 장애인들은 세상과의 소통이 어려워졌다.
 
장애인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중증 장애인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집에 혼자 남겨졌다. 일상생활에서 항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활동지원사 또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는 반나절 이상을 홀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됐다.
 
각종 장애인 관련 협회는 “코로나19 확산이 1년째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방치된 장애인 확진자들의 빠른 지원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라”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급하게 긴급돌봄인력 모집에 돌입했다. 이미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불편을 겪은 뒤다.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조차 어렵다. 방역당국이 해야 할 일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대책까지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다. 일이 벌어진 후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이들은 결코 방역의 ‘승패’를 논할 권리가 없다.
 
심지어 정부는 공공부문이 사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선도적 제공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시범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가가 직접 지역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어디로 갔는지 이미 벌어진 사건에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사회서비스원에게 기대되던 역할은 복지의 튼튼한 안전망 역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마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약자들을 위한 대책은 허술하기 그지없다.
 
정부의 방역 대책은 감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치되고 있는 이들이 없는지 세밀하게 살피지 않는다면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모토와 일맥상통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은 더 이상 벌어지면 후회하는 ‘약점’ 취급을 받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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