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황제 의전’ 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을 뒤흔들자 당초 ‘가짜뉴스’라며 뻣뻣한 태도로 일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몸을 낮추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특히, 여당 내 인사들은 김씨의 의혹을 방어하고자 여러 발언을 했지만, 되레 역효과를 보이자 당 내부에서부터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우려와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경남 남해군 성담사에서 열린 낙성식 및 타종식 대법회에 참석해 행사장으로 이동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사진=뉴시스
김씨의 ‘과잉 의전’ 논란은 SBS가 지난달 28일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 배모씨와 비서실 직원 A씨의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하며 공론화됐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 연일 새로운 내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배씨가 A씨에게 ‘약 대리수령’ ‘사적 심부름’ 등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담은 SBS의 보도를 시작으로 TV조선의 ‘이재명 장남 대리 퇴원수속’ ‘이재명 복지카드로 병원비 257만원 결제’ 등이 폭로됐다.
 
A씨는 당시 배씨가 자신에게 “넌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렀다”라거나 “일과의 90% 이상이 김혜경씨와 관련된 자잘한 심부름이었다”고 했으며, “이재명 측근으로부터의 압박으로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고, 신변이 우려돼 여러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였던 시절 그의 사무실부터 성남시청, 경기도청까지 근무지를 옮기며 이 후보 부부를 보좌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배씨는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자신이 A씨에게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다며 이는 거짓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배씨는 지난 2일 돌연 ‘사과문’을 내고 ‘김혜경씨와 상관없이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며 그런 일이 없다던 주장을 번복했다. 김씨 역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씨 논란은 이 후보의 이른바 ‘욕설 파일’에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최근 이 후보는 연설에서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오열하며 사과했는데, 이번엔 부인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실제로 김씨 ‘황제 의전’ 논란이 터진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보합 상태거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 與, 이 후보 부부 방어하려다 되레 ‘내부총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월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시민들과 만나 연설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월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시민들과 만나 연설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 후보 자신의 문제와 부인 김씨의 문제에 이어 이 후보 부부를 방어한답시고 되레 ‘사면초가’에 빠뜨리는 이들은 ‘우리 사람들’이라는 여당 내부 우려도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CBS라디오에서 김 씨의 대리처방 의혹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면서 “나도 아플 때 비서가 약을 사다 준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 대표의 발언을 들은 신지예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다음날인 8일 곧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공기관 비서가 약 대리처방을 받아오는 몸종들이 아니다. 지금은 2022년”이라며 “상식이 있다면 하지 못할 말을 너무 쉽게 하는 여당 당 대표,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시라”고 꾸짖었다.
 
이어 우상호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그리 충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않는 것 같다”며 “국민이 부적절하게 보고 있지만 그전에 나왔던 여러 사건과 비교해 볼 때 그리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김씨 논란을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다만, 우 본부장은 설 연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등이 예상되자 고작 사흘(8일)만에 자신의 입장을 신속히 정정했다. 그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경기도 지사 시절에 비서실 직원들의 문제가 상당히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도 지난 5일 “(비서 A씨는 김혜경 과잉 의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일을 다닌 것인가”라고 주장하면선 이번 의혹을 제보한 A씨에게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었냐는 발언을 해 2차 가해 논란도 일었다.
 
여당 입장에서는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연일 터져 나오는 김씨 의혹 보도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임에도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8일 KBS라디오에서 “선대위와 주변에서 언론 보도가 있을 때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어설픈 해명을 해서 오히려 사태를 더 키우는 측면이 있다”면서 “냉정하고 차분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 본부장도 “의도가 어떻든 간에 자칫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발언을 삼가 달라”고 선대위 인사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까지 이 후보 부부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관용차 사적 이용 의혹, 업무추진비 사적 용도 사용 의혹, 공무원에 제사음식 심부름 지시 등 직권남용 의혹, 장남의 군 복무 중 특혜입원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대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내외적으로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앞으로 또 어떤 폭로가 더 나올지 긴장의 촉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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