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미만’ 저지른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급증
현직 경찰관 “아이도 그렇지만 보호자 태도도 문제”
“촉법소년이라도 강력처벌 해야”…국민 공감 형성

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의 강력범죄가 급증함에 이어 갈수록 그 수위는 흉포해지고 있다. 촉법소년법의 관대함을 교묘히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은 촉법소년이라 감옥에 안간다는 뻔뻔함마저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촉법소년이라도 강한 처벌이 필요하며, 현행 만 14세 미만의 기준 연령을 내려야함에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 사진=뉴시스
▲ 사진=뉴시스

1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는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무려 58% 상승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7896건), 2018년(9049건), 2019년(1만22건), 2020년(1만584건), 2021년(1만2501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촉법소년들이 저지르는 살인·강도·강간 등의 강력범죄까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촉법소년 강력범죄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17년 6286건에서 지난해 기준 8474건으로 35%가량 증가했다.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형사 처분 대신 가정법원 소년부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감호위탁·수강명령·사회봉사명령·보호관찰 등)을 받게 되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반사회성이 있는 만 19세 미만 소년이 특별 조치를 통해 건전하게 성장하게끔 돕는 것이 목적이다.
 
◇ 촉법소년들, 학비 마련 배달 청년 치어 죽여 놓고…SNS에 “경찰서 제낄 준비”
 
실제로 지난해 8월 13세(촉법소년 적용 대상연령)의 한 남자아이가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화가나 부엌칼로 어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같은 해 5월에는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피해자를 추행하고 불법촬영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 4월에는 조건만남(성매매) 제안을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래 여중생을 밤새 집단 폭행한 ‘포항 여중생 폭행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2020년에는 촉법소년들이 훔친 렌터카를 몰다 경찰 검문에 걸리자 도주를 자행하면서, 배달 중이던 청년을 차로 치여 숨지게 했다. 숨진 청년은 대학에 입학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대행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SNS에 담배를 물고 ‘구미경찰서 재낄 준비’라는 인증샷을 올리는 등 두려워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 지난해 3월 29일 훔친 차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자를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숨진 운전자는 대학에 입학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대행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SNS에 담배를 물고 ‘구미경찰서 재낄 준비’라는 인증샷을 올렸다. 가해 촉법소년들은 살해당한 청년의 유족을 찾아와 사과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가해 청소년들 SNS 캡처
▲ 지난해 3월 29일 훔친 차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자를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숨진 운전자는 대학에 입학한 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대행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SNS에 담배를 물고 ‘구미경찰서 재낄 준비’라는 인증샷을 올렸다. 가해 촉법소년들은 살해당한 청년의 유족을 찾아와 사과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가해 청소년들 SNS 캡처
가해 촉법소년들은 살해당한 청년의 유족을 찾아와 사과한 적도 없었다. 가해차량에 동석했던 10대들은 처분 이후에도 SNS에 여전히 친구들과 놀며 담배 피는 사진이나 소년원에 들어가니 편지해 달라는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고 전해졌다.
 
2018년에는 촉법소년들이 여중생을 강간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촉법소년들을 강력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7년 9월 부산 사상구의 한 목재공장 인근에서 여중생 5명이 또래 여중생을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시간 30분에 걸쳐 100여 차례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 형법이 촉법소년에게 너무 관대한 것도 문제지만, 부모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현직 경찰관의 지적도 있었다. 인천 관내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통화에서 “폭행이나 절도를 저질러 사건경위를 물어도 요즘 아이들은 본인이 촉법소년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혹 조사 중간에 아이를 데리러 온 보호자(법정대리인)가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라거나 ‘애가 실수할 수도 있지 뭘 이런 걸로 파출소를 오게 만드느냐’라며 되레 따지는 분들도 있다”라며 “결국 촉법소년임을 알고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나, 그를 감싸고도는 부모의 태도나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형법상 형사미성년자 기준연령을 6세에서 13세 사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4세 미만으로 규정해 타 선진국보다 연령적 여유가 있다.
 
때문에 소년법에서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받도록 하고 있다. 형법은 이 나이가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호처분’ 중 가장 강력한 처벌인 소년원 송치는 전과 등의 기록이 남지 않는다.
 
◇ 윤석열·법무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여야도 큰 이견 없어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 같은 법의 관대함과 사각지대를 교묘히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들의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서, 기준 연령을 조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문제에 있어선 여야 모두 큰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최대 중학교 2학년생까지 적용받던 촉법 혜택이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로 낮아진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3월29일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방안을 보고했다.
 
국회에서도 각 정당에서 법안으로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종배 의원이 지난달 23일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소년부 보호사건의 심리대상에서 제외하고,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면서 도리어 재범의 위험이 커지고 범죄 예방효과도 약화되고 있다”며 “최근 초등학생이 친구를 살해하는 등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되는 만큼 현실적인 연령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영교 의원을 대표자로 지난 1월18일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발의안을 보면 소년이더라도 살인이나 치사·성범죄·특정강력범죄를 범했을 때는 소년부의 보호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선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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