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질긴 맷집’은 윤석열을 차기 대통령 자리로 끌어올렸다. 마치 치대면 치댈수록, 때리면 때릴수록 찰지고 윤기가 도는 ‘밀가루 반죽’에 비유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에 지명됐지만 정권에 칼을 들이대는 바람에 실컷 두들겨 맞았던 윤 당선인은 이제는 문재인 정부와의 인수인계에서도 충돌하고 있다. 검찰총장 당시의 ‘직무 정지’ 1라운드는 대선 결과로 이어졌고 그대로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연결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싸움이든 그 진위와 해석은 구경꾼들이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 실컷 다투다가 19일 만인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손을 맞잡았다. 이날 두 사람은 떠나는 자와 새로 들어오는 자 사이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통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로써 문 정부와 차기 윤 정부의 ‘인수인계 난맥상’이 다소 해결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신‧구 권력의 대선 후 ‘회동 결렬 논란’ 전반전은 이제는 사실상 ‘지방선거 주도권 잡기’ 2라운드로 접어든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회동은 서로 보기 싫은 사람들이 주위에서 자꾸 떠미니 마지못해 만나는 형국이었다. 그러니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들의 대선 후 ‘허니문 기간’과 달리 티격태격하기 바빴던 두 사람은 서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속에서 내키지 않는 말을 억지로 하면 그 말의 해석과 진위를 두고 다툼이 일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회동 후 돌아가는 판이 딱 그렇다. 이날 회동에서는 코로나 50조원 추경예산 처리와 북한의 도발, 그리고 양측이 특히 갈등을 빚었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에는 꼭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회동 전까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내며 국무회의에 이와 관련한 예비비를 상정하지 않은 것과는 다소 나아간 듯한 입장으로 해석됐다. 또한 두 사람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50조원 규모 추경에 대해서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회동 후 돌아서기가 무섭게 다시 ‘결전 모드’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협조’ 약속과 달리 이전비 안건은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고, ‘50조원 추경’을 놓고도 예산 마련 방식과 규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알박기 인사 논란, 임대차 3법 폐지 검토 등의 사안에서도 윤석열 인수위와 문재인 정권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아무리 작은 구멍가게라도 떠나는 직원이 인수인계를 잘 해야 새로 들어오는 직원이 그 인수인계를 바탕으로 업무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 한 달여 임기를 남긴 대통령과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대통령 당선인의 충돌을 보면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검찰총장 ‘직무 정지 1라운드 싸움’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밀가루 반죽을 실컷 치대고 때리고 난 후엔 숙성 단계에 들어가고, 그로써 요리는 더욱 감칠맛이 나는 것이다. 지금이 그 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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