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찬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여야의 충돌에 이어 민주당과 검찰의 강대강 대치가 예상되면서 정국 급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검찰개혁’에 의지를 보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도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대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한 송영길 전 대표의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더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는 ‘경찰 비하’ 발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검수완박 반대는 돈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와 민주당의 검찰개혁 명분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께 민주당은 권력개혁 최대어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공동취재사진.
▲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오후 6시께 민주당은 권력개혁 최대어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공동취재사진.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오후 2시부터 4시간가량 국회에서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언론개혁 당론 채택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관련 법안을 4월 중에 처리한다”며 “그와 동시에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 통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했다.
 
다만, 법 시행 시기는 3개월 유예하고, 장기적으로 검찰에서 분리한 6대 범죄를 비롯한 수사권을 ‘한국형 FBI’ 형태의 국가수사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기존 자치경찰을 강화하는 방법과 동시에 최종적이고 장기적으로 국가 수사기능을 전담하는, 예컨대 한국형 FBI 같이 기존의 검찰 수사기능과 국가수사본부로 대표되는 경찰의 수사기능까지도 모두 분리해 별도의 수사기관에 담는 국가수사기관의 분리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의 의총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 간 신경전도 펼쳐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빼앗겠다고 생각한 적은 추호도 없다”며 “권력기관을 정상화, 선진화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개혁 문제는 의도와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3법’ 제정이 대표적인 경우”라며 “졸속은 개혁이 아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된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더 많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모든 개혁은 때가 있기 마련”이라며 “졸속인지 아닌지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45 민주당 정치인 연대 ‘그린벨트’와 민주당 비대위와의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45 민주당 정치인 연대 ‘그린벨트’와 민주당 비대위와의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이 의총에서 검찰을 무력화 시키는 입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 앞서서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내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갈등이 연출됐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다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을 내겠다면서 검찰개혁 추진에 우려 목소리를 낸데 따른 것이다.
 
박 위원장은 “검찰개혁은 꼭 해야 한다. 국민들도 원하고 저도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민의 시선과 정치적 판단이 매우 어렵다. 오늘 좀 더 냉정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검수완박을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법안에 집중하는 길, 다른 하나는 검찰개혁 강행하는 길”이라며 “검찰개혁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의 쇄신과 대선 때 약속했던 통합 정치의 실현이라는 심정으로,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표했다.
 
이처럼 ‘신중론’과 ‘강경론’이 맞서면서 당론으로 채택된 검찰개혁안은 향후 민주당 내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권교체 이후 민생안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검찰개혁에만 집착하는 거대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곱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찰은 권력 잘 따라”…민주당, ‘검찰개혁’한다더니 ‘경찰비하’ 논란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명분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전 대표이자 당내 반대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한 송 전 대표가 ‘경찰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송영길 의원실 제공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진=송영길 의원실 제공

송 전 대표는 지난 11일 YTN 방송에 출연해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 비해 경찰이 권력을 훨씬 더 잘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같은 당 내에서 ‘경찰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날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 비하발언이 아니냐. 어찌 이런 부적절한 발언으로 검찰개혁에 자꾸 찬물을 끼얹나”라며 맹비난했다.
 
박 전 장관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다만, 본인은 출마 가능성을 함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으나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시행 이후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에서도 송 전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찰은 속칭 ‘견(犬)찰’이라는 조롱을 받았고, 지금도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 대표 출신까지 ‘경찰이 권력 말 잘 듣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불쾌하다”며 “경찰을 충견 수준으로 보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경찰은 통화에서 “민주당 대표까지 하신 분이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해 경찰 내에서는 씁쓸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경찰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 김용민 “檢, ‘검수완박’ 반발은 돈 때문”…검찰 측 “모욕적 언사”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검수완박 반발은 돈 문제 때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김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검사들이 나중에 퇴임해서 변호사를 개업해야 하는데 검찰한테 권한이 많이 있어야, 특히 수사권까지 같이 가지고 있어야 검찰 전관들이 돈을 벌기 쉬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이 정책 의총을 열고 검수완박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사실 최근 검찰의 집단 반발이 기름을 끼얹은 게 아닐까 싶다”며 “지지자들이, 그리고 민심의 흐름이 그렇게 이끌어왔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발언에 일선 검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청장을 역임한 차장검사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했는데 상당히 참담한 심경”이라며 “김용민 의원의 ‘돈 때문’ 주장은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막말”이라고 응수했다.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직을 걸고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검사들도 속출한다.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서 강백신(49·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은 “검찰 수사기능 폐지 입법은 위헌성, 필요성, 효율성, 정당성 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치적 입장과 정파적 프레임에 의존해 사회적 합의와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여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형사법집행 시스템의 작동불가능성을 초래해 작동 가능한 정부를 전제로 하는 권력 분립원리 뿐만 아니라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헌법의 영장청구권 조항에도 반한다”고 했다.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했던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도 같은 날 이프로스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찰국가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검사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법이 초고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보며, 21세기 대한민국은 다시 경찰국가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 고(故)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 사진=뉴시스
▲ 고(故)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 사진=뉴시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며 검찰과 극렬한 대립각을, 검찰개혁의 의지를 확고히 세웠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조차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전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 대통령 임기 1개월 남기고 졸속으로 하는 것”이냐며 “여당인 민주당이 검수완박이란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자성부터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 “국회, 대통령, 헌법재판소에 호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총장은 “마음이 무겁다. 국민 여러분께 검찰과 관련해서 갈등과 분열 벌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의 핵심 요지는 범죄 수사를 오로지 경찰에 전담시키겠다, 독점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은 절대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입법이 진행되는 국회, 그리고 저를 임명해주시고 법안에 대해서 공포와 재의결 요구권을 갖고 계신 대통령님,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따라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강구해서 최선을 다해 호소하고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의 이번 검찰개혁 당론 채택은 변호사 단체 등 법조 전문가 단체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과 한국형사소송법학회까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아울러 검수완박에 찬성한다고 밝힌 민변도 논의가 급속도로 추진되는 것에는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참여연대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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