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리 감독 “어린 소녀가 그런 일 당하는 게 납득 안돼, 왜 그런지 이해하고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노동자와 싸우겠단 尹정권...그런 때일수록 모두를 위해 뛰겠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영화 제목처럼 다음 소희가 없길”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GV 8관에서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 및 정주리 감독과 함께 하는 콜센터 토크쇼가 열렸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GV 8관에서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 및 정주리 감독과 함께 하는 콜센터 토크쇼가 열렸다. 사진=투데이코리아
투데이코리아=박희영 기자 |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던 콜센터 실습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다음소희> 단체관람과 토크쇼가 개최됐다. 이날 토크쇼에는 정주리 감독과 실제 콜센터 상담원들이 참여해 감정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해 발의된 후 장기간 국회에 계류 중이던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22일 한국노총이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CGV 8관에서 ‘영화 <다음 소희> 단체 관람 및 정주리 감독과 함께 하는 콜센터 현장 이야기’ 행사를 열었다. 한국노총은 콜센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실태를 알리고,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효성 확보 등을 통해 ‘다음’ 소희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영화 <다음소희>는 2017년 전주의 LGU+ 고객센터 콜센터 현장 실습을 나간 故(고) 홍수연(19) 양이 실적 압박을 호소하다 실습 5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연을 다뤘다. 현장 실습생들의 부당한 대우와 콜센터 등 감정노동자가 겪는 폭언과 욕설 등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았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곽현희 한국노총 콜센터노동조합연대 의장은 <투데이코리아> 취재진과 만나 “1999년도부터 콜센터에서 일을 해왔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실적으로 상담원을 압박하는 ‘실적제도’는 없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 지난 22일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지난 22일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영화 '다음소희' 단체 관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영화 단체 관람에 앞서 행사에 참여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영화 속 소희는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강도 높은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가와 존중을 받지 못한다”며 “영화 제목처럼 소희 같은 문제를 겪는 다음 소희가 없길 바라며 이러한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리했다. 이 의원은 “노동 개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노동자와 싸우겠다는 정권과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며 “그런 때일수록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행복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며 “개정안에는 악성 민원인의 폭언에 대한 삼진아웃제, 성희롱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콜센터노동자들의 아픔을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 감독, “콜센터 업무는 상상을 벗어나는 강도의 노동...왜 그런지 이해하고파”

▲ 정주리 감독이 단체관람 이후 진행된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 정주리 감독이 단체관람 이후 진행된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투데이코리아
영화 상영 후에는 정주리 감독과 콜센터노동자들이 함께하는 토크쇼가 진행됐다. 콜센터노동자로는 이미양 한전CSC노동조합 서울지회 지회장, 송지현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 대전지부 지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당시 콜센터 사건을 취재한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가 맡았다.
 
영화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정주리 감독은 “2017년 전주 콜센터 사건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니 콜센터노동자들이 상상을 벗어나는 강도의 노동을 하고 있었다. 현장실습이라는 제도를 통해 어린 소녀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됐다”며 “왜 이렇게 된 건지 한번 이해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당시 겨울이었는데, 그 아이가 슬리퍼를 신은 채 발견됐다고 들어 무척 슬펐다”며 “주변에서 ‘수연이는 그런 애 아니에요. 씩씩한 친구예요’라고 했는데, 그런 아이가 왜 신발도 제대로 안 신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2017년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처우 개선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송지현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 대전지부 지부장은 “악성 민원이 들어오면 15분 정도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주어진다"라면서도 "그런데 거의 10년간 개선된 게 겨우 15분 정도의 휴식이라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미양 한전CSC노동조합 서울지회 지회장은 “상담 실적을 등급으로 나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다. 상담사들을 그걸 위해 자리 이동도 마음대로 못 하고,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다”며 “화장실을 자주 갈까 봐 물도 제대로 못 마신다”고 전했다.
 
토크쇼를 마무리하면 송 지부장은 “직업 특성상 콜센터 업무를 이해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서 많은 분이 우리 일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실 것 같다”며 “정말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도록 여러분들도 콜센터에 전화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다음 소희는 없어야”···'직업교육훈련촉진법' 소위원회 통과

한편, 현장실습생 보호를 위해 발의됐으나 장기간 국회에 계류 중이던 법안이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같은 날 직업계고 현장실습생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실습업체의 부당 대우를 금지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직촉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1월과 3월 대표발의한 ‘직촉법 개정안’을 합친 대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적용 조항을 확대하고, 실습업체가 실습생을 폭행·협박·감금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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