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개정안, 시장 왜곡 후폭풍 우려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에도 주택 시장은 예상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택 매매가는 지역에 따라 한동안 엇갈린 등락을 보였으나 초저금리의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 강세를 보여 정부가 투기억제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과거 경제위기 때의 폭락세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거래는 초강세의 흐름을 이어가 최근 50주 연속 상승을 기록할 정도다. 지난 5월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 상승 폭도 커져 지난 2년간 평균 3647만원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 초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경기변동과 대출규제에 따른 매매대기 수요와 초저금리의 여파로 인한 전세수급 불안 등이 거론된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 21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주택임대차 보호 3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전세시장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거래 신고제 △세입자가 임대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방안을 제시한 바 있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통해 전·월세 신고제 실행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이미 발주했다.

여당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윤후덕 전용덕 의원 등이 각각 앞장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 특히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2년으로 묶여있는 계약기간을 무기한으로 늘릴 수 있는 계약갱신 무기한 청구권을 골자로 한다. 세입자가 원하면 집주인 의사와 상관없이 무한정 재계약해야 한다는 ‘전·월세 무제한 연장법’으로 불린다. 세입자가 3개월 이상 월세를 연체하거나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주택을 훼손한 경우 등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두었지만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그칠 뿐이다. 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세입자가 1회에 한해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현행 2년인 거주 기간을 4년까지 늘리도록 했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할 때 대체로 계약금액의 5% 이하로 증액 한도를 두자는 내용인데 민주당은 기존 계약이 끝나고 다른 세입자와 새로 계약할 경우에도 5% 이상 증액하지 못하게 하자는 총선 공약까지 제시했다.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전·월세 신고제 도입안을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와 같은 방식으로 30일 이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여당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하고 있는 개정안에 대해 시장 반응은 혼란과 우려로 나타난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임대 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돼 공급 위축을 초래해 자칫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무제한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고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대부분 학계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집주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전·월세 신고제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무제한 계약갱신과 상한제는 개입이 과도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공급을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고 진단한다. 임대 수익이 떨어지고 계약연장 등 규제가 누적될 경우 임대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 세입자는 집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 1989년 임대계약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할 당시 전세가 상승률이 23.68%, 이듬해에도 16.17%에 달해 대란을 촉발했다. 게다가 내년 서울의 주택 입주물량이 2만3000가구 선에 그쳐 올해 입주 물량 4만2000가구에 비해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공급이 반토막나는 시기에 시장에 역행하는 규제까지 경쟁적으로 도입하면 다음에는 어떤 결과가 올까? 정부와 여당이 그 파장을 간과하면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몰아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임대 시장에까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빈부의 힘겨루기로 몰아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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