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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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수요자 사정과 시장 상황을 도외시하고 정책을 짰다면 이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아닌 공급자 위주 정책이 된다.
정부 정책은 당연히 다수의 국민 위주여야 한다. 그런데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라면 국민의 이익과 편익을 외면 또는 경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두 경우의 정책이 바로 공급자 위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성싶다.
해프닝이라 해야 할지, 탁상행정이라 해야 할지 모를 정책 발표와 회수가 있었다.
첫 번째로 이른바 ‘1+1’할인판매 규제다.
환경부는 과대포장을 억제한다며 마트에서 과자나 음료수 등을 한개 가격에 두 개를 판매하는 ‘1+1’판매 관행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장에서 즉각 반발이 나왔다. 과대포장을 막아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이라는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반박에다 그런 판매행위까지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머쓱해진 환경부는 부랴부랴 정책을 거둬들였다. 해프닝이다. 이런 정책이 나오자마자 상인 소비자 할 것 없이 쓴웃음 지을 정책을 환경부 관리들은 머리 싸매고 만들었을 상황을 상상하면 한심하다.
‘1+1’할인판매 규제의 해프닝
시장 무시한 탁상행정, 공급자 중심 정책, 한 건 주의 관료주의의 산물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뭐 이정도 가지고 시비 거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는 많은 것을 안고 있다.
국민을, 시장을 무시하고 덜컥 정책이라고 내놓고 문제가 있다고 슬그머니 철회하면 그만인가. 환경부, 나아가 정부를 망신시킨 ‘1+1’ 정책 입안자는 가벼운 문책이라도 받았는지 궁금하다.
다음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정책을 발표해놓고 하루도 안가 이런 저런 보완책을 서둘러 내놓는가 하면,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아직도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쓸 수단이 많다”고 말한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가격 잡는다고 내놓은 대책이 21번째라니, 그간의 정책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갖가지 부작용 역작용이 서민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21번째 부동산 대책의 부끄러운 성과
친정부 성격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을 잡는다는 대책이 오히려 가격을 더 올렸고, 나아가 강북으로 수도권 지역으로 집값 상승을 가져온 풍선효과를 초래했다.
그러다보니 강남 부자 잡으려다 서민 집장만만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다 세금공세, 거래규제, 금융제재 등으로 현금 없는 서민들 집 사기가 더 힘들어 진 것이다.
여기에다 전세값까지 상승하는 역작용을 불러옴으로서 그야말로 20~30대 젊은이를 비롯한 보통사람은 보금자리 마련이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의 경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도 있겠으나, 아파트값이 올라 세금 부담만 늘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아파트 한 채 평생 사는데 누가 값 올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들썩거려 값이 오르고 세금 폭탄이 떨어지니 이 또한 정책의 역효과중의 하나다.
21번이나 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으면 이제는 가격이 안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정책 실효성이 없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잘못된 정책 탓을 해야지, 온 국민을 투기꾼으로 만들어가며 대책만 계속 내놓는 정부룰 시장이 신뢰할 리가 없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민간 기업 같으면 이런 무능한 CEO는 갈렸어도 열 번은 갈렸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아니 정책 책임자는 큰소리 떵떵 친다.
청와대와 여당 사람 등 정권실세 상당수가 강남을 비롯한 요지에 2채 이상 집을 소유한다는 뉴스도 있고, 한 채만 남기고 팔라는 권고도 있었지만 지켜졌는지도 의문이다.
정책 당국자의 무능인지, 아니면 주택정책을 시장원리를 도외시하고 다른 이념논리로 접근해서인지 알 수 없다. 최소한 공급자 위주 정책만은 피했으면 한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다.
필자 약력
(전)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