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 뒤엎을 그의 '백신 영웅론'
모더나, 임상 3상 중...전문가 "빠르면 9월 결과 나올 수도"

▲ 이정민 기자.
▲ 이정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가오는 11월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가 임기 동안 추진한 관세, 외교, 방위, 무역 등의 정책들은 모두 자신의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누군가가 제약사들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임상시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오는 11월 대선 이후로 결과를 늦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세력이 백신 임상시험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음모론'을 핀 것인데 외신 등은 이것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에 고전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다급한 상태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많은 논란과 지도자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남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지지율에 우세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꺾고 재선될 수 있을까? 그는 놀랍게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의 마지막 카드 ‘코로나19 백신’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10월에는 백신이 승인돼야 한다고 보고 대규모 투자를 강행해 왔다. 미 보건복지부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 후보 제약사 모더나와 존슨앤드존슨, 영국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22억 달러(약 2조6415억 원)의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 붓고 개발 속도를 높였다.
 
현재 미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 중 3곳은 이미 상용화 전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이 중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고 주목하고 있는 백신은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1273'이다.

이 후보물질의 특징은 기존의 DNA 백신이 아닌 리보핵산(mRNA) 백신이라는 것인데 유독성이 강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아직 상용화한 적이 없는 유형이다.
 
하지만 모더나는 mRNA를 직접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주입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2016년부터 폐와 소화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mRNA 치료제 상용화를 진행해 왔다. 이 기술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있는 두 지질 층의 원리를 치료 물질에 적용한 것인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더나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백신의 임상 1상 결과는 이미 지난 5월에 발표돼 지난달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공식 게재됐다. 결과에 따르면 모든 피험자 전원에게 코로나19 완치자에 형성된 항체보다 4.1배 강력한 항체가 형성됐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모더나는 2차 접종 후 피로, 오한, 두통, 주사 부분의 통증 등의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 내과 전문의는 “이 정도의 경미한 증상은 일반 독감 주사 시에도 발생한다”며 “부작용이 심각해 의료진들이 사용하기 꺼리는 mRNA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 말했다.
 
모더나는 임상 1상 결과 발표 후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도 긍정적 결과를 얻어 최종 3상을 승인 받았다. 최종 단계까지 오는 데 불과 2개월이 걸렸고 현재 3만명을 대상으로 mRNA-1273가 실제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지 등을 시험하고 있다.
 
전문의는 “이러한 속도라면 빠르면 9월이나 10월 중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승인 절차를 밟아 미국 국민들에 먼저 투여하고 순식간에 세계를 구한 영웅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응 실패, 역대 최악의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이라는 성적표는 트럼프 대통령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노리고 있는 마지막 시나리오가 성공하게 된다면, 그 모든 불리한 판세를 뒤엎고 미국을 구한 또 미국스럽게 '세계를 구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본인 스스로 붙여 재선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지 모를 일이다. 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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