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안 원칙 고집하는 정부
주식 시장 뛰어든 동학개미들 '아우성'

▲ 이정민 기자.
▲ 이정민 기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안을 놓고 국회 안팎이 시끄럽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2일 기준 동의 인원이 무려 23만 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정책이 부당함에도 홍 부총리가 기존 방안을 고수한다는 것을 해임 요구 이유로 들었다.

청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설 만큼 정부가 마련한 세제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안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대주주 요건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 교환이 이뤄질 정도다.

여당도 대주주 기준을 유예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당론을 모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대주주 기준 3억원은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집했던 정부가 '개인별 5억원'으로 한발 물러설지, 현행대로 '대주주 10억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받아들일지 이번주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홍 부총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2년 전부터 방침이 결정돼 왔다"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2021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인 3억원 기준이 2017년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인데, 정부는 과세 형평 차원에서 대주주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2018년 종목당 15억원이었던 대주주 기준은 올해 4월 10억원으로 낮아졌고, 내년 4월 3억원으로 다시 한번 큰폭 강화될 예정이다. 즉, 개인 투자자가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하게 되면 대주주로 지명되고 주식으로 인한 소득이 발생했을때 그에 따른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문제는 현 상황이 시행령 제정 당시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대형 변수가 발생하고,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시장의 흐름 또한 지각변동을 나타냈다. 특히 수많은 청년들이 ‘영끌’ ‘빚투’로 증시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주식 44조원과 14조원을 매수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전과 달리 중산층, 서민, 그리고 청년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진입한 가운데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던 정부가 원리와 원칙만을 고수하면서, 대주주가 아닌 일반 동학개미들의 허리만 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정부가 2023년 양도세 전면 부과를 앞두고 굳이 현재의 시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 한다는 것은 조세 형평, 정책 일관성 때문이 아니라 세수를 늘릴 수단으로 서민들의 '세금 쥐어짜기'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 투자자와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양도세 정책으로 인해 올 연말 대주주 대상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도가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히려 소액 투자자인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은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인다. 제도의 변화는 언제나 이득을 보는 사람과 피해를 입는 사람을 낳기 마련이어서 반발은 항상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세에 형평성을 부여하겠다는 검의 칼날이 오히려 서민들을 향한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원칙을 고수하는 길인지 정부는 다시 한번 만져봐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의 태도로 유연성과 융통성 없이 재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워온 국민의 ‘의식주’마저 흔들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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