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구 목사(파란원)가 예배가 끝난 뒤 구성원들과 술, 담배를 즐기는 모습. 사진=제보자
▲ 안태구 목사(파란원)가 예배가 끝난 뒤 구성원들과 술, 담배를 즐기는 모습. 사진=제보자
투데이코리아=김성민 기자·박희영 기자 | 보호종료 청소년을 성폭행한 경기도 양주시 소재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이하, 센터)의 대표이자 안태구(46) 목사가 구속기소됐다.

안 목사는 <투데이코리아> 단독 보도 이후, 자신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2월 말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바 있다. -“파티는 끝났다”...보호종료아동과 술판 벌인 ‘안태구’는 정말 키다리 아저씨였나 기사 다시보기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 유옥근)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안 목사를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안 목사는 지난해 4~5월 자신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뇌전증 장애가 있는 입소자 1명을 특수폭행하고 강제 추행했으며, 다른 입소자 3명에게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센터는 만 18세가 되어 퇴소해야 하는 보육원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실체는 정반대였다.
 
지난해 11월 취재진과 만난 센터 출신의 제보자 A 씨는 안 목사에게 3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자신이 설교하는 예배가 끝난 후, 센터 지하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안 목사는 여자아이들을 수 차례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공유한 영상엔 술자리에서의 만행이 고스란히 담겼다. 안 목사는 술자리 중 한 여자아이에게 “벗으라고 XXX아!”라는 욕설과 함께 탈의를 강요했다. 그러면서 “OO 가슴은 내 가슴과 같아”, “OO랑 XX을 해보고 싶었다”라는 성희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A 씨는 그날을 회상하면서 “기억나는 날짜는 2022년 7월 16일 목사의 생일”이라며 “그날은 자신과 다른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안 목사는 자신의 행각을 합리화하기도 했다면서 “(안태구가) 항상 성경 말씀에 비유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타락은 세상이 볼 때는 타락이겠지만 하늘이 볼 때는 거룩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안 목사가 여자아이들을 성폭행한 것은 물론, 보호 대상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챙겼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JTBC> 최초 보도를 통해 안 목사의 행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센터의 후원자들은 ‘안 목사가 아니냐’며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센터 측은 부정했지만, 안 목사의 실명을 거론한 보도가 이어지자 기부금 반환 요청이 쇄도했다. 
 
백석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안 목사는 2018년까지 성령과 율법교회의 목사로 활동하며, 기독교 관련 책을 직접 쓰기도 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자신이 직접 성경공부 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학습을 완료한 보호 아이들에게 ‘리더’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안 목사는 자신의 호칭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부를 것을 강조하면서 폭력을 행사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센터 내에서는 ‘목사님’ 대신 ‘대표님’이라 부르게 했고, 이를 어기고 목사라고 부를 경우, 5천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안 목사는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엔 아이들에게 자신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해 친근함을 표시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는 안 목사가 2020년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직접 나와 보호종료 아이들의 ‘아빠’라고 자칭하며 “(아이들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되어야겠다”라고 소개한 것과 일치한다. 제보자는 촬영 현장을 회상하며 "(입소자들은) 센터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소회했다.
 
▲ 안태구 목사가 제보자에게 협박성 사진과 메세지를 보낸 SNS 대화창. 이미지=제보자
▲ 안태구 목사가 제보자에게 협박성 사진과 메세지를 보낸 SNS 대화창. 이미지=제보자
그러다가도,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에 대해서는 훈육 차원에서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메시지에는 센터에 근무하는 전도사를 쇠몽둥이로 때려 시퍼렇게 멍든 다리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이렇게 되고싶냐’라는 협박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센터에서는 처음부터 딸, 엄마, 아빠 이렇게 부르니까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라고 하면서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라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했다.

B 씨는 “딸의 가슴을 만지는 아빠는 없지 않나”라면서 “진짜 가족이 없어서 원래 가족이 이런 건지 모르겠다. 근친상간 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은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022년 11월 10일 안 목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본색 드러낸 키다리 아저씨

▲ 안태구 목사가 기부금으로 구입한 BMW 오토바이를 운전 중이다. 사진=제보자.
▲ 안태구 목사가 기부금으로 구입한 BMW 오토바이를 운전 중이다. 사진=제보자.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초조해진 탓일까. 안 목사는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협박성 글을 남겨 공분을 샀다.

2022년 11월 19일 취재진이 안 목사의 카카오 프로필을 확인한 결과, ‘지금은 내가 쓰레기다 이제는 기대해라 다죽여주마 하하하 맞아주니 좋았냐? 나의 시간이다.’라는 글을 남겨 제보자를 비롯한 후원자들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당시 안 목사의 프로필을 확인한 A 후원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안 목사의 행실에 대해 많은 후원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 글을 통해 안 목사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센터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빨리 구출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드러냈다. A 기업은 그동안 사랑의 열매를 통해 보호종료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을 1억 원 이상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기업 관계자는 “이런 악마같은 시설인줄 알았으면 절대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센터는 A 기업을 비롯한 선행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벌어들였으나, 안 목사는 기부금의 일부를 자신의 고가 차량과 오토바이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피해자에게 고소당한 안 목사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혐의를 부인했다. 심지어 ‘피해자가 센터 예산을 횡령했다’라는 등의 허위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면서 억울하다는 변론만 되풀이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대에 따르면 고소장에는 안 목사가 입소자들을 상대로 술자리 등에서 신체 접촉을 하며 추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탄 호소인’ 안태구 목사, 이단성 조사 착수

안 목사는 2022년 11월 14일 <JTBC> 보도 이후, 면직을 피하고자 자신이 속한 강남노회를 자발적으로 탈퇴했다.

예장 백석대신총회 서울강남노회 설충환 노회장은 당시 <투데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안 목사는 평소 허리 통증이 심하다며 모임에 참석하지도 않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매달 1~2만 원 하는 노회비 조차 내지 않아 2019년 제적 처리가 됐다”며 “이번 보도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스스로 퇴임서를 제출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안 목사가 명품 정장을 입고 외제 (BMW)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돈이 없어 노회비를 못 낸다고 들었는데) 4천만 원가량의 오토바이를 보고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노희 측은 안 목사의 성폭행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그가 진짜 ‘목사’인지 의문을 던지면서 ‘이단 대책위원회’를 꾸려 이단성을 검증하고, 징계 절차를 논의했다. 특히, 안 목사가 ‘사이비’로 의심되는 점과 스스로를 ‘루시퍼’ 즉, ‘악마’라고 칭한 증거자료들이 이단 검증에 증거로 채택됐다.
 
제보자 A 씨는 “(안 목사가) 성폭행이 발생한 그날 술자리를 ‘거룩한 타락’으로 합리화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가하거나 성희롱을 할 때 자신의 행동을 성경에 비유하면서 ‘세상이 바라볼 때 타락이겠지만 하늘이 볼 때는 거룩’이라는 말로 자신의 죄를 정당화했다”라고 전했다.

안 목사가 자신의 예배당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을 불러 밤마다 술판을 벌이고, 성관계를 요구한 것을 두고 A 씨는 “어느 교회가 이러한 행동을 ‘거룩’이라 여기겠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센터에 근무하는 선생님과 보호아동들에게 각각 의미가 담긴 이름과 숫자를 부여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안태구 목사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리얼네이쳐팜의 애완견 사료 '코헨로쉬13'은 안태구 목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안태구 목사가 공동대표로 운영하는 리얼네이쳐팜의 애완견 사료 '코헨로쉬13'은 안태구 목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안 목사는 스스로를 최초의 대제사장 아론을 의미하는 ‘코헨로쉬(Kohen Rosh)’라고 칭하며, 소속된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성경책에도 ‘코헨로쉬13-666’이라고 새겨진 인장을 찍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공동대표로 등기된 리얼네이쳐팜(심상수, 안태구)에서 판매하는 반려견 사료 제품명도 ‘코헨로쉬13’이다.

B 씨는 “666은 기독교에서 짐승, 혹은 악마를 뜻하는 숫자인데,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그렇게(악마라고) 칭했다”라며 “자신을 성경에 등장하는 ‘루시퍼’라고 칭하면서, ‘세상이 바라볼 때 루시퍼는 악마이지만, 성경적으로는 하나님의 사람이다’라는 말을 모두에게 설파했다”라고 밝혔다.
 
안 목의 이단성을 접한 설 노회장은 “성경 그 어느 구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단성이 드러나는 포교 활동을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느냐’라는 질문에 노회장은 “이단 활동이 발각되면 바로 면직 처리되지만, 노회장은 임기가 1년뿐이기 때문에 그사이에 모든 목사와 교회를 일일이 점검할 수 없어 사전에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검찰 관계자는 "곤궁한 처지로 인해 센터 대표를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이용한 그루밍 성폭력 사범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심리치료 등 피해자 보호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말 고소장을 접수받아 수사를 진행했으며 안 목사는 지난달 11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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