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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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간 19주년을 맞이한 투데이코리아는 건전한 사회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부조리와 고질적 문제를 심층 보도하며 진실을 추적해 왔다. 특히 사이비 종교, 권력형 비리, 성범죄 등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 집중 조명해왔다. 이번 시리즈는 한국 사회에서 장기간 방치되어 온 사이비 종교 ‘다락방(세계복음화전도협회)’의 실체를 추적하는 탐사보도다. 본지는 성폭력 피해자와 내부고발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류광수 총재 중심의 권위주의적 통치 구조, 은폐 체계, 재정 비리 등을 연속 보도하며, 신도 보호와 정의 구현을 위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번 편에서는 류광수 총재의 성비위 뿐만 아니라 각종 재정비리 의혹,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본격적인 수사 착수와 출국금지 조치 등 공권력 개입의 전환점 등을 기록합니다.
하지만 류광수의 거짓과 이중성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그 끝에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재정비리 의혹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88년의 음주뺑소니 사고다.
류광수는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음주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부산 영도구 청학시장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청년을 치고 달아났고, 결국 목격자들에 의해 붙잡혀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었다.
당시 피해자는 턱뼈가 골절돼 4주 진단을 받았으며, 류광수는 옥살이와 함께 1년간 강단권 정지를 당했다.
그러나 류광수는 이 사건에 대해 이후 줄곧 “성찬식에서 마신 포도주 때문이었다”, “피해자는 별로 다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해명은 철저한 거짓말이었다.
사건 당시 동삼제일교회 개척자인 김재헌 목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찬식 음주라는 해명은 내가 지어낸 말이었다”고 밝혔다.
또 류광수는 20년 넘게 신도들에게 “호흡으로 암이 낫는다”,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통해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설교와 강연, 문서 등을 통해 반복해왔다.
실제로 류광수는 다락방 산하 단체인 RMC(렘넌트메디컬클럽) 의료인들을 상대로 ‘호흡치유’ 강의를 진행했고, 신도들에게도 ‘24기도’와 ‘단전 호흡’을 강조했다.
그는 강단에서 “대장암이 간과 폐까지 번졌는데 호흡으로 치료됐다”, “산소가 병을 이긴다”고까지 주장했지만, 본지에 의해 흡연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다.
자신의 흡연 사진이 실린 기사가 업로드되자 류광수는 ‘조작된 모조품’이라고 주장했으나, 흡연 영상까지 공개되며 그의 거짓말은 다시 한번 들통났다.
“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그의 거짓말···700억원대 재정비리
다락방 측은 약 20년에 걸쳐 전국 신도들로부터 70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는 경기도 이천의 10만 평 부지에 수천 명 수용 규모의 수련시설을 건립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코람데오연대 측은 이 중 최소 375억 원 이상이 목적 외 용도로 전용됐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류광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RUTC 재정에 대해 “실무자 책임”이라며 윤광식, 최주화, 장봉수 세 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하지만 RUTC 설립은 그의 주도 아래 이뤄졌으며, 후원 독려도 류광수 본인의 설교와 지시로 진행됐다.
2025년 3월 13일에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류광수 총재 700억 원대 재정비리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코람데오연대와 법률대리인 김상수, 김무겸 변호사는 RUTC 후원금 중 최소 380억 원 이상이 목적 외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특히 본지 김시온 기자는 “류광수의 일부 성비위가 이러한 재정으로 무마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 근거로 류광수의 아들이 친구의 아내와 벌어진 부적절한 관계 이후 3억 원을 지급한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더 큰 문제는 다락방이 3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공식적인 재정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락방 탈퇴 목회자들과 피해자들은 “모든 후원금과 집회비용의 사용처에 대한 감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고, 교단 내부 일부 장로들은 “곪아 터진 문제를 덮지 말고 갱신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류광수의 거짓말은 단지 언행의 문제가 아니었다. 음주 뺑소니를 감추기 위한 거짓 해명, 호흡 치유라는 신비주의적 주장, 그리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둘러싼 책임 회피는 조직 전체를 무너뜨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구조적 문제였다. 류광수의 이중성과 위선은 이제 단순한 종교 지도자의 실수를 넘어서, 반드시 법적·도덕적 심판을 받아야 할 중대한 사회적 사안이 되었다.
다락방 목회자들의 전반적인 타락
김성호 목사는 “이것은 특정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 전체가 묵인하고 방조한 구조적 범죄”라고 밝혔다.
실제로 본지의 취재 결과, 다락방 내 성비위 사건은 특정 목회자에 국한되지 않았다. 너무나 많았고, 너무나도 조직적이었다.
세계복음화전도협회 ‘대학선교국장’이자 담임목사였던 G 목사는 여성도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나는 아직도 널 가족이라 생각한다”, “법조팀과 언론팀이 준비돼 있다”며 사실상 협박을 자행했다. 또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교회는 그에게 7000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경기도 안양 ‘동부교회’의 H 목사는 수년간 여성 부교역자에게 성희롱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예배 전 메이크업 시간에 아랫도리를 언급하거나, 기차에서 갑자기 껴안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H 목사는 “그만큼 만만해서 그랬다”며 웃으며 사과했고, 교회 사무실을 통해 피해자에게 200만 원을 송금했다.
문제는 그 돈이 H 목사의 사비가 아닌, 교회 재정이라는 점이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그는 원로목사로 취임했고, 교회 내 일부 인사는 피해자에게 “음란귀신 들렸다”는 2차 가해성 발언을 퍼부었다. 결국 피해자는 2024년 12월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 사건은 2025년 3월 29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송치됐다.
한때 코람데오연대는 다락방 내부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안티 다락방’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류광수의 민낯이 드러나고, 피해자들이 하나 둘 용기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신도가 다락방을 떠나 코람데오연대와 함께하고 있으며, 일부 교회들은 공동의회를 열어 진실을 직면하고 바른길로 돌아서려는 결단을 내리고 있다.
조직의 상층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바닥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회복의 흐름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진실, 계속되는 기록
본지는 단순한 보도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 진실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왔다. 기자회견과 고소·고발 과정에도 함께하면서 수사의 실질적 출발점이 되었다.
피해자 연대 ‘코람데오연대’와 함께 700억 원에 달하는 재정 비리 의혹과 관련된 핵심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고, 이로 인해 류광수 총재는 현재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는 다락방의 수장 류광수를 겨냥해 사법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중대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본지는 지난 1년여 동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고통이 묻히지 않도록 치열하게 기록해왔다.
아직도 다락방은 건재하고, 신도들은 여전히 그의 거짓말에 속고 있다. 내부 고발자들은 고립된 채 외롭게 싸우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는 류광수와 다락방을 둘러싼 진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침묵 속에 방치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이들의 고통이 기록을 통해 역사에 남도록 언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