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로 급등한 집값에 징벌적 세금이라니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투데이코리아=김성기 부회장 | 문재인 정부가 집값 잡겠다며 22번째 ‘7·10 부동산 대책’을 내밀었다.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마냥 겉돌다 보니 후속 보완책이 줄을 잇고 이런 발표가 확고한 방침인지 아니면 정부가 시장 반응을 떠보기 위해 내미는 카드 수준인지, 세금 더 걷겠다는 계산인지 헷갈릴 정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동안 발표한 부동산 대책 횟수를 놓고 언론과 동떨어진 셈을 하는 것도 이런 혼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부족해 집값 상승 압력이 큰 지역인데 문 정부는 세금 올리고 대출 조이는 수요 억제 정책에 의존해 집값을 잡겠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코로나 19 경제위기의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넘쳐날 정도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수요억제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에 돈이 몰릴 위험이 있으므로 시장을 더욱 눌러야 한다는 조급증에 단기대책에 집착했다.
 
지난해 12·16 대책에도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을 포함시켰지만 시중 유동성이 더욱 확대되자 지난 달 6·1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대출과 재건축 규제를 더욱 조이며 법인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급을 외면한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되레 실수요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해 서둘러 막차라도 잡으려는 불안심리를 유발했다. 직후 집값은 다시 뛰고 전세 등 임대시장까지 요동을 쳤다.
 
갑작스런 대출한도 강화로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집단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현실성 없는 규제를 퍼붓는 정부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많은 국회의원과 청와대 참모,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집 처분을 미루고 있는 다주택자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그 다음에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크게 늘리겠다는 7·10 대책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현행 3.2%에서 6%로 올리고 단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를 더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주택을 구입할 때 내는 취득세를 2주택은 8%, 3주택과 법인은 12%로 올리기로 했다. 여당이 주장해온 징벌적 수준의 세금 폭탄을 반영해 4월 총선 이후 강경노선으로 치닫기 시작한 당·정 협력을 보란 듯 드러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대신 증여로 세금 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증여시 취득세율을 대폭 올려 퇴로를 차단하겠다는 대응책을 냈다.
 
그동안 나온 대책을 보면 정부가 핀셋으로 뽑아내 듯 다주택자만 끌어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와 전세보증금 반환에 따른 부담을 감안하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아파트를 전세 놓아 자금을 융통했던 다주택자가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게 되면 양도세와 반환 보증금이 매각대금을 초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파트 팔아도 돈이 되기는커녕 빚을 안게 된다는 계산이다.
 
공급을 외면한 세금 폭탄 등 규제 대책들이 실제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가기 쉽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뒤늦게 공급확대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방향이 모호하다. 경제학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규제 위주의 대책이 시장의 내성과 혼란을 키워 비정상적인 가격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혼란의 부작용이 결국 내집 마련을 원하는 서민 부담을 키우고 세금 인상은 매물을 숨어들게 하거나 세입자 부담으로 떠넘겨질 소지가 크다. 정부 대책은 시장과 엇박자를 내기 일쑤이고 임대차 3법 등 여당의 의원 입법안까지 알려지면서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이 급등,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풍선효과가 어디로 가고 부작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깨비시장이 따로 없다.
 
정부는 종부세와 취득세 인상으로 부담이 커지게 된 다주택자는 전체 가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관련법 개정안을 보면 지난해 12·16 대책의 내용이 반영돼 내년부터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부세 세율도 0.1~0.3% 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집값이 많이 올랐고 시세반영비율 등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가구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종부세 세수만 1조6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 하니 취득세와 다른 보유세까지 더하면 얼마나 더 걷힐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시장에 역행하는 비현실적인 대책을 쏟아내 정부가 매매가와 전셋값을 뛰게 만들고 투기와는 무관한 가구까지 세금을 쓸어가는 모습이다. 이러니 정부가 더듬수 대책을 남발, 집값 올려 세금 더 걷어간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정부는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