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9범 현모씨, 전자발찌 끊고 일본 오사카 도주 후 태국서 체포돼

▲ 사진=오혁진 기자
▲ 사진=오혁진 기자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성범죄자가 해외로 도주할 때까지 전자발찌를 끊은 것을 당국이 알지 못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기자와 <머니S> 정소영 기자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 28일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현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특정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분리하거나 손상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로 “제도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서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라며 “사건 범행 전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는 취지로 수차례 말했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유대관계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기자 취재결과 현 씨는 지난 2002년 10월 15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2014년 4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았다. 그는 2014년 7월 9일 홍성교도소에서 출소하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됐다. 앞서 현 씨는 1990년 강도강간을 저질러 9년간 복역한 바 있다.
 
현 씨는 지난 2018년 3월 오전 10시 26분 서울 서초구 한 장소에서 쓰레기통에 휴대용 추적장치를 버렸다. 이후 그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공항 화장실에서 가위로 왼발에 부착되어 있던 전자발찌를 자른 후 버렸다.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는 그가 일본으로 도주할 때까지 전자발찌를 끊은 것을 알지 못했다. 이는 전자발찌를 끊고 해외로 도주한 첫 사례다. 그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에게 “여기 일본 오사카다”, “오사카 남부 한적한 시골 여관에 투숙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국으로 도피하면서 수사기관을 피했다. 경찰은 같은 해 3월 29일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았다. 태국 경찰은 현 씨가 파타야에 은신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후 한 카페에서 현 씨를 체포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분리하거나 손상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된 것과는 달리 고작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은 사법부가 여전히 성범죄에 대해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자발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성폭력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전과자의 동종 재범 사건은 30건 발생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성폭력 재범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08년 1건으로 집계된 이래 해마다 꾸준히 늘어 2018년 8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48건, 2015년 53건, 2016년 58건, 2017년 66건이다.
 
법무부는 전자발찌로 재범률이 제도 시행 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범죄자가 같은 범죄를 또 저질렀느냐를 따지는 재범률만 집계한 것이다. 전자발찌를 찬 살인범이 성범죄를 저질러도 통계에 넣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7년부터 3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2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472건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검찰과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며 “전자발찌를 신체에서 분리하거나 손상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되어 있는데 보통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는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현직 판사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악랄함을 질타하지 성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끊은 것에 대해 징역 1년도 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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