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혁진 기자
▲ 오혁진 기자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은폐 논란의 중심에 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했다. 김 전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전원회의 녹음기록을 무단 파기하라고 지시했다며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급 현 변호사)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대전고검은 지난달 유 변호사에게 항고사건 결정서를 보냈고 김 전 실장에 대한 피의사실 중 명예훼손·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대해 재기수사를 명했다.
 
유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인 2018년 3월 “공정위 전원회의 합의 과정이 담긴 녹음기록(파일)을 파기하고 실무자 외에는 아무도 녹음자료에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유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은폐하려 했다며 수차례 검찰에 고발해왔다. 공정위가 처분시효를 넘긴 늑장대응이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8년 2월 SK케미칼에 과징금 처분을 가했지만 법원은 ‘처분시효 5년이 지났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의 처분시효를 2016년 10월 1일로 사건처리시스템에 등록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처분시효는 2021년 5월’이라고 밝혔었다.
 
공정위는 2016년 심의종료 결정할 당시 처분시효는 2021년 5월까지고, 향후 환경부가 실험을 통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인체 위해성 인과관계를 입증할 경우 언제든 과징금 부과, 경고 등 제재가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2017년 9월경 환경부가 공정위에게 유해성을 인정하는 공문을 보내와서 재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처분시효는 2021년까지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SK케미칼이 2000년대 초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CMIT·MIT 성분은 강한 흡입독성 물질이다. 정부는 2012년 CMIT·MIT를 독극물로 지정했고, 환경부는 2015년에 CMIT·MIT 사용 피해자를 몇 명 인정하는 수준에서 CMIT·MIT의 유해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공정위의 가습기살균제 조사는 △ 2011~2012년 △ 2016년 △ 2017~2018년 총 세 번 이뤄졌다. 2012년에는 CMIT·MIT를 사용한 경우 안전하다는 광고를 하지 않아 기업이 안전성을 실증할 필요가 없고, 쥐 실험에서 폐가 굳어죽은 쥐가 없어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2016년에는 공소시효 만료(2016년 8월31일)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인체 유해성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종료’ 했다.
 
세 번째 조사가 공정위 은폐 논란의 핵심이다. 2017년 9월 김 전 실장이 가습기살균제 재조사를 지시하긴 했지만, 허위광고를 전수조사하지 않으면 처분시효 도과되어 패소할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조사를 하지 않았고, SK케미칼에게 안전성 실증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논란의 진실에 수면 위로 오를 수 있을까?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419명이고 이 중 165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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