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염병이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
<일식이 있었다(日有食之)> 기원전 320년, 춘추에 처음 등장하는 일식 기록이다. 이 기록을 시작으로 춘추는 총 37회의 일식을 기록에 남겼다. 춘추가 일식을 기록할 때는 필경 세월이 하 수상할 때다. 이를테면 첫 일식이 나타난 기원전 720년 3월 <천왕이 서거했다(天王崩)>는 기록이 있다. 일식 후 정확하게 한 달 후의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기록인 기원전 495년에는 노(魯) 정공(定公)이 사망했다.
일식 뿐 아니다.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고(3회) 여름에 비가 오지 않거나(7회) 봄에 보리 싹이 나지 않은 것(1회)도 기록했다. 그 밖에 지진이 5회, 방화(1회) 화재(자연발생 11회), 홍수(9회) 벼멸구 피해도(3회) 재변으로 기록했다.
의미 없는 단순사건의 나열은 역사가 아니다. 이것이 춘추필법의 대의다. 따라서 춘추가 기록한 크고 작은 변괴는 이러한 사건들이 예사로 일어난 것이 아니고 하늘이 군주에게 주는 경고이거나 재앙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기원전 687년, <여름 4월 신묘 일 밤에 항성이 보이지 않고 밤중에 별이 비처럼 쏟아졌다.> 이어서 <가을에 큰 홍수가 나고 보리 싹이 없었다.>는 기사가 있다.
이 기사에 대해서 <춘추>를 역주한 서정기(徐正淇) 전 성균관장은 “붙박이 별인 항성이 나타나지 않고 운석이 지상으로 쏟아진 것은 변괴며 이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뉘우침이 없자 가을에 다시 홍수가 넘쳐 흉년에다 이상기온으로 여름 곡식인 보리 싹이 안 나는 재해를 내린 것” 이라고 해석했다.
이 해가 노(魯)나라 장공(壯公) 7년이다. 장공에게 무슨 죄가 있어서 하늘의 이런 징계가 내렸는가? 장공의 아버지 장공의 어머니 문강(文姜)은 외삼촌인 제(齊) 양공(襄公)과 사통했다. 그것이 발각되자 양공이 장공의 아버지 환공을 죽였다. 그런데 장공은 원수를 갚기는커녕 양공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하늘은 만물을 내고 인간은 세계를 경영한다. 따라서 인간 활동이 비정상적이면 하늘, 즉 대자연의 운행도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않는다. 한 대(漢代) 춘추학자 동중서(董仲舒)의 말을 빌리면 <기(氣)를 매개로 일어나는 천인감응(天人感應)이다.> 왕을 위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위해서 왕이 있다. 따라서 왕의 정치가 백성을 해칠 듯 싶으면 천하를 빼앗는다. 그 작동 원리는 정치가 바르지 않으면 백성들 사이에 원망과 증오가 일어나고 원망과 증오는 사기(邪氣)로 변한다. 아래에 사기가 쌓이면 위아래가 어긋나 천지운행에 차질이 생겨 변괴로 나타난다. 이를 인간의 눈으로 보면 변괴지만 천지자연의 질서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지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은 인재(人災)인가? 자연재해인가? 답은 인재다. 우한 바이러스 유출, 유전자 조작,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산의 냉동바이러스 활성화, 인간의 면역에 따른 바이러스 돌연변이,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인재로 귀결된다.
지구촌에서는 5초마다 한 명, 매일 10 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는다. 지구촌 인구는 75억, 120억 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지만 육질이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위해 소 먹일 곡물은 있어도 아프리카 난민지역들에게 제공할 곡물은 없는 것이다.
잿불 사그라지듯 숨져간 자식을 안은 가난한 대륙 부모들의 망연자실 뒤에는 뉴욕 시민에게 10센트 싼값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수백 헥타의 삼림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탐욕이 있다. 그 탐욕이 가뭄과 홍수를 낳고 불규칙적인 재해를 낳는다. 그 업보는 브라질 나비의 날개 짓이 텍사스 태풍으로 발전하는 것보다 더 자명한 이치다.
이제 세계는 같이 살기 위한 개방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전염병을 내세워 대자연이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