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 김재성
탈북자들이 일을 내고 말았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저질적인 내용의 대북 전단지 살포로 뇌관을 터뜨렸다. 이로써 ‘한다면 한다’던 북한이 마침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극도로 폭파해버렸고 서울-평양 사이는 소원해졌다.

분단 70년의 간극이 함께 산 5천년 보다 먼 것인가? 북한이 자국의 대통령을 향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퍼붓는 남한사회의 특성을 이해했더라면 수준 이하라 상대할 가치도 없는 전단지 때문에 두 정상이 공들여 성사시킨 판문점선언의 상징을 그렇게 단박에 폭파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한은 다양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지시 하나로 만사가 해결되는 일사불란한 사회가 아니다. 불법을 다스리고 제재하는 것도 법절차에 따라야 하고 그러자면 시간이 걸린다. 평양 당국이 남한 사회의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탈북자들의 망동을 남한 당국의 무성의 탓으로 돌린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탈북자 단체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노리고 그토록 극성스러운가? 북한 동포를 위하여? 그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알리기 위해? 거짓말이거나 망상이다. 그들이 참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하려면 진심을 담아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해야 한다. 지금처럼 악의로 가득 찬 중상모략은 마음을 얻기는커녕 반감만 살 뿐이다. 탈북단체나 이들을 후원하는 세력이 이렇듯 진정성도, 진실성도 없는 흑색선전으로 북한의 내부에 균열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반딧불이로 산야를 태우려는 헛수고일 뿐이다.
 
하지만 탈북자 단체나 그 후원세력의 전략은 충분히 성공했다. 그들이 노린 것이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미 하노이회담 실패 후 그렇잖아도 소강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거에 깨트려버렸다. 이렇게 보면 결국 북한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실행한 공동연락소 폭파는 탈북자들의 장단에 노래를 부른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역지사지 사 지로 당해봐야 알 것”이라며 예고한대로 대남전단지 살포 등 추가행동에 들어간다면 춤까지 추는 격이 될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알고(知風之自) 먼 곳의 원인이 가까이 있음을 안다(知遠之近)고 했다. 미국 국립 민주주의 기금(NED)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해 김정은 건강 이상설 진원지인 데일리 NK에 40만 달러(4억8000만 원) 북한 인권정보센터에 22만 달러, 북한개발연구소에 28만 달러 자금지원 내역이 있다. 그밖에 북한인권 단체인 NAUH, 북한인권 시민연합, 자유 북한방송 등이 매년 민주주의기금(NED)의 자금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되면 바람의 진원지를 알만하지 않은가?
 
지난 해 2월 북미 하노이회담이 결렬되자 ‘일본은 웃고 중국은 울상’이라는 외신보도는 정곡을 찔렀다. 죤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폭로에 의하면 북미회담의 최대 훼방꾼은 일본, 특히 아베 수상이었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미국 본토의 안전을 확보하는 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불능화와 미국의 제재완화로 미봉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북한의 중, 단거리 핵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019년 2월의 하노이회담 결렬에도 일본은 한 몫 했다. 그 지렛대가 강경 우파 죤 볼턴, 볼턴은 아베의 로비를 받고 느닷없이 북미회담 의제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끼워 넣었다. 그 증거가 하노이회담 결렬 후 아베가 식사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는 보고를 받고 파안대소했다는 후문이다.
 
이 또한 죤 볼턴이나 아베만 욕 할 일이 아니다. 적은 가까운 곳, 우리 내부에 있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볼턴을 찾아가 총선 전 북미회담 불가를 읍소한 것은 차라리 애교에 속한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반대로비를 펼쳤던 반민족 반평화 세력은 북미회담 결렬을 위해서도 음으로 양으로 뛰었다. 아베가 파안대소 했듯이 이들도 웃었다. 지금 쯤 아베는 웃고 있을 터. 잘 보자 아베와 함께 웃는 자가 누구인지.

관련기사

키워드

#김재성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