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마약청정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짚고 넘어가자면 이 ‘마약청정국’이란 용어는 <연합뉴스>에서 2006년 8월 20일 발행한 ‘마약 수사기법 외국에 수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로부터 비롯됐다고 추정된다. 본문에는 “검찰은 국제마약조직이 마약청정국이라는 이미지를 악용해 우리나라를 마약 유통 경유지로 활용하는 상황”이라고 보도됐다. 이미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2019년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구해 투약한 사건으로 인해 속칭 ‘약쟁이’들의 대범한 범행이 드러났다.
 
황하나는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3차례에 걸쳐 투약했다. 전 남자친구이자 가수 박유천과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달 29일엔 집행유예 기간 중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황하나의 측근들을 취재하면서 현재 마약계는 과거와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수사당국의 마약 수사가 난황을 겪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해외 마약밀매 조직하고 직접 연결해서 가져오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국제우편을 통해서 마약이 배달이 된다. 마약판매 사이트는 인스타그램 등 광고를 통해 접할 수 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되고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거래하는 등 판매방식이 고도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일례로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라는 마약에 대해 취재할 때 만난 제보자는 “무색무취의 액상형태로 이뤄진 LSD를 종이에 떨어트린 채로 소지하고 다니면 육안으론 마약인지 알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LSD를 적신 종이는 보통 입에 넣고 10분~30분 정도가 지나면 약 효과가 드러나며, 눈앞에 보이는 물체들이 소용돌이처럼 움직이는 환각 증상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수소문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마약을 접해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요즘, 마약류 경험자들이 증가하는 데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여 진다.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2020년12월 ‘대마·마약·향정’에 단속 건수는 2천663건으로 전년동월(992건)대비 188.8%나 증가했다. 보통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지만 이미 벗어난 셈이다.
 
마약범죄 특성상 적발되지 않은 범죄의 비중이 일반 다른 범죄들보다는 훨씬 높아 실제 범죄자의 숫자는 20~30배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최근에는 국내에 약 49억 원 상당의 마약을 유통한 최대 마약 판매조직의 총책인 ‘바티칸 킹덤’이 검거되면서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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