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대표 “국민 건강 침해한 중대한 사건…권익위 판단 비상식적”
이정일 변호사 “수사 중이라는 이유 종결 처리 부적절”

▲  사진제공=이은영 너나우리 대표
▲  사진제공=이은영 너나우리 대표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의 공익신고를 ‘종결’ 처리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가습기 참사 공익침해행위에 대해 권익위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조치했기 때문이다. 앞서 피해자는 과거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현 변호사)이 ‘인체무해’ 허위광고 공익침해행위 공익신고에 대해 진상규명에 나서 달라는 취지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 “수사 중”이라며 종결 처리
 
지난 23일 권익위는 최근 이은영 너나우리 대표에게 공익신고 처리결과를 통지했다. 또 권익위는 이 대표가 신고한 사건을 ‘공소시효 도과’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유 변호사는 이번 권익위의 판단이 과거 공정위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유 변호사는 공정위가 가습기 참사 관련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유해성 입증책임을 떠안고 ‘기업 봐주기’를 했으며, 안전한 성분·인체무해 허위광고를 전수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유 변호사는 “안전성 입증책임을 SK케미칼 등 살인기업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자체가 책임지도록 규정한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권익위도 기업들이 저지른 공익침해행위를 방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선과 책임을 묻는 역할을 기대했던 공정위나 권익위 모두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절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익위가 가습기 참사 공익신고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종결’ 처리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주장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권익위의 판단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사무처장을 맡았던 이정일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들이 허위표시광고를 해서 국민의 생명에 가해행위를 했다. 그런 행위를 확인하여 국가기관이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던 분들이다”라며 “그러나 공정위가 미적거리면서 검찰의 수사가 지연됐다”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권익위에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의미로 공익신고를 했던 것인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종결 처리한 것은 부적절하고 권익위의 위상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가습기 참사와 관련해 과거에도 비슷한 판단을 한 바 있다. 권익위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 참사 조사 문제점을 지적한 유 변호사의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유 변호사는 지난 2018년 말 공정위가 유한킴벌리 입찰 담합사건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 지철호 전 부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 10명을 고발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김 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회의 녹음 기록 파기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또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유통회사인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조사를 축소하거나 조사결과를 은폐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며 고발했다.
 
권익위는 “유 국장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한 행위는 공무원이 업무로서 한 행위라서 공익신고가 아니고, 공정위의 징계는 공익신고로 인한 불이익 처분이 아니다”라며 기각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기자가 입수한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심사위원회’ 문건에 따르면, 변협은 유 변호사를 공익신고자로 봤다. 문건에는 “공익신고자로서 상당히 어려운 공정위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으로 보여지고, 이는 공정사회를 가기 위한 것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적혀있다. 특히 유 변호사가 ‘지난 2016년 11월 가습기살균업체 표시광고법위반 건을 서면 신고했다’고 언급된다.
 
▲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현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현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 기댈 곳 잃어가는 ‘공익신고자들’
 
권익위의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불인정은 늘어가고 있다. 이는 내부고발자가 신고 이후에 징계 또는 해고 등 불이익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권익위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가 인용된 비율은 매년 줄었다.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는 모두 201건으로 156건이 처리(77.61%)됐다. △인용 46건(22.89%) △취하 45건(22.39%) △기각 38건(18.91%) △각하 26건(12.94%) △종결 1건(0.50%) 등으로 파악됐다.

공익신고자 등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7조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때 비밀보장·신변보호·책임감면·불이익조치 금지 등을 권익위에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고가 법에 따른 ‘공익신고’인지와 △현행법에 따른 '불이익조치'가 있었는지 △신고로 불이익을 당했는지 등이다.

공익신고를 한 후 불이익조치를 받았거나 공익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조치를 받은 이후에 공익신고를 늦게 하게 된 경우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권익위가 보호조치 신청 기각을 결정할 수도 있다. 불이익과 공익신고 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때 기각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갑에 위치한 조직이 공익신고와 연관이 없는 사유로 불이익을 가하기 때문에 권익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익을 위해 내부 문제를 제기해도 권익위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파다하다”며 “이런 일이 계속 생기면 국민들은 누굴 믿고 어디에 제보를 하겠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