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농협은행
▲ 사진=농협은행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지난 2018년 미국 델라웨어 주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152억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델라웨어 주는 케이만 제도와 더불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회사 설립인이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대장동 사업지구 내 A12 블록 수익권을 담보로 지난 2018년 5월 NH농협은행에서 210억원을 차입했다. 만기는 1년(2019년 4월30일까지)이고 연 이자율 18%의 고금리가 적용됐다. 화천대유가 지불한 이자는 약 37억원이다. A12 블록은 화천대유가 직접 분양 시행을 한 5개 구역(A1·A2·A11·A12·B1) 중 하나다.
 
이 회사 2018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같은 시기 다른 차입금의 이자율은 연 4%대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에 대한 농협은행의 대출을 두고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로 횡령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210억원을 실제로 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은 약간의 수탁 수수료를 받았고 실제로는 리딩투자증권이 만든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에서 대출이 실행됐다.
 
해당 사모펀드의 전주(錢主)가 해외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다. 2018년 1월 말 기준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 투자자 명단'에 따르면 이 사모신탁 투자금은 총 180억원이다. 이 중 152억원(84%)을 납입한 곳은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라는 법인이다.
 
델라웨어주는 회사법상 주주와 이사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이 회사의 설립인이나 실소유주 파악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 회사는 약 2년 뒤 2019년 12월 말 자진 해산절차를 밟았다. 화천대유에 자금 150억여원을 대여하기 직전 회사를 설립하고, 연 18%에 해당하는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은 회계연도에 ‘공중분해’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에 투자된 금액 대부분이 페이퍼컴퍼니 자금인 만큼 농협은행 입장에서 곤혹스러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탈세 목적의 자금 흐름으로 보이고 국세청이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한 이후 사정기관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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