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채널A>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을 지낸 황 전 사장이 사표 제출 압박을 받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2015년 2월 황 전 사장 집무실에서 그에게 ‘정 실장’을 거론하며 사표를 쓰라고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녹취록의 날짜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약 보름 전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설립된 날이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게 "오늘 해야 한다"며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난다"며 사표를 써달라고 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도 유동규도 당신에게 다 떠미는 것이냐"고 묻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라고 답했다. 녹취록 속 '정 실장'은 정진상 전 성남시청 정책실장으로 추정된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이다.
검찰은 이 전 지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황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는 경기남부경찰청 조사 당시 취재진에게 "유 전 본부장이 개발을 주도했고 실세였다"고 한 바 있다. 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이 자리에 오르는데 이 지사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녹취록과 관련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황 전 사장 입장은 사직해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퇴했다는 것이다. 사표 강요에 관여한 인물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가 적용된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공소시효 완성은 내년 2월까지라서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은 황 전 사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와 윗선 수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 전 사장이 물러난 결정적 이유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밀어붙인 전략사업팀 신설과 정민용 변호사 채용에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변호사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사직서 강요에 대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다면 이재명 전 지사도 검찰에 소환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 김오수 “대장동 의혹…고발된 이재명도 수사 대상”
- 경찰,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뇌물 의혹 사건 檢 송치
- 화천대유 핵심 멤버들, ’곽상도·박영수 50억 지급‘ 구체적 논의
- 檢, 대장동 ‘핵심4人’ 연이틀 조사…수사 칼끝 ‘윗선’ 향할까
- 검찰, ‘대장동 의혹’ 성남시장실·비서실 압수수색
- [여론조사] 응답자 절반 이상 “이재명, 국감 못했다”
- 경기도의회 민주당 대표단, "국감 '정쟁의 장' 만든 국민의힘 사과해야"
- 공정위, '화천대유 전주 킨앤파트너스' SK 계열사 여부 조사 검토
- '대장동 의혹' 수사팀, 구체적 물증 없이 핵심인물 4人 대질조사 강행
- 검찰, '대장동 수사'두고 내부서 잇단 잡음 "사실상 부실수사"
- 檢, '대장동 의혹'김만배·남욱 재소환...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 대장동에 드리운 '부산저축은행 그림자'...윤석열 ‘부실수사 의혹’
- 검찰, '대장동 의혹' 정민용·황무성 참고인 신분 소환조사
- 검찰, '대장동 의혹' 핵심인물 정영학 구속영장 청구 안 한 이유
- 농협은행, 화천대유 152억 ‘美 페이퍼컴퍼니’ 대여에 곤혹
- [기자수첩] “검찰총장이면 대장동 벌써 끝”이라는 尹, 부산저축은행은 부실 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