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문재인 정부,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의지 있나”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오혁진 기자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오혁진 기자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피해자는 늘고 있다.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은 10명이 넘는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하면서 단 두 명인 공판 담당 검사들과 전쟁을 치르며 가벼운 형을 선고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사라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현 변호사)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2019년 6월과 12월 3건을 고소했고, 지난 1월 21일 수사 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김 실장을 단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김상조 수사’ 느릿느릿
 
검찰은 지난 1월부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소인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현 변호사)은 지난해 6월 25일과 12월 김 실장을 포함한 일부 공정위 전·현직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이들은 직권남용·증거인멸 ·공공기록물 관리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담당 배상윤 검사)는 고발한 지 7개월만인 지난 1월 21일 수사를 개시했고, 유선주 변호사에 대한 고소인 진술 조서 작성을 시작했다.
 
문제는 조사 개시부터 담당 검사가 김방글 검사로 바뀌었고, 반년이 넘게 지난 현재에서야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인 진술조서가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인사로 인해 조사가 늦어졌고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조서 등을 마무리했다”라며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차례 서울중앙지검을 다니면서 조서를 쓸 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건강도 좋지 않은데 겨우 조서를 마무리했고 검사와 대면도 거의 해보지 못했다”라며 “검찰이 김상조 실장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의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한 피해자는 “공정위가 SK와 애경에서 받은 자료들을 은폐했다. 공정위도 공범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검찰은 이 같은 피해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을 비롯한 공정위 관계자들을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현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현 변호사) 사진제공=뉴시스
공정위 수사 필요성 제기
피해자들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처분시효를 넘긴 늑장대응이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2월 SK케미칼에 과징금 처분을 가했지만 법원은 ‘처분시효 5년이 지났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의 처분시효를 2016년 10월 1일로 사건처리시스템에 등록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감 실장은 ‘처분시효는 2021년 5월’이라고 밝혔었다.
 
공정위는 2016년 심의종료 결정할 당시 처분시효는 2021년 5월까지고, 향후 환경부가 유해성 실험을 통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인체 위해성 인과관계를 입증할 경우 언제든 과징금 부과, 경고 등 제재가 가능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2017년 9월경 환경부가 공정위에게 유해성을 인정하는 공문을 보내와서 재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처분시효는 2021년까지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SK케미칼이 2000년대 초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따르면, CMIT·MIT 성분은 강한 흡입독성 물질이다. 정부는 2012년 CMIT·MIT를 독극물로 지정했고, 환경부는 2015년에 CMIT·MIT 사용 피해자를 몇 명 인정하는 수준에서 CMIT·MIT의 유해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유 변호사는 이에 대해 “처분시효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가 주장했던 내용은 피해자가 2019년 공정위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밝혀낸 ‘처분시효 2016년 10월’과 달랐다. ‘2016년 11월 28일 자 허위광고 검토서’에서 밝힌 공익신고 내용과도 다를 뿐 아니라 대법원 확정판결(애경 및 이마트 사건)과도 다른 김상조 공정위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가습기살균제 조사는 △ 2011~2012년 △ 2016년 △ 2017~2018년 총 세 번 이뤄졌다. 2012년에는 CMIT·MIT를 사용한 경우 안전하다는 광고를 하지 않아 기업이 안전성을 실증할 필요가 없고, 쥐 실험에서 폐가 굳어죽은 쥐가 없어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2016년에는 공소시효 만료(2016년 8월31일)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인체 유해성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종료’ 했다.
 
세 번째 조사가 공정위 은폐 논란의 핵심이다. 2017년 9월 김 실장이 가습기살균제 재조사를 지시하긴 했지만, 허위광고를 전수조사하지 않으면 처분시효 도과되어 패소할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조사를 하지 않았고, SK케미칼에게 안전성 실증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한주 전 공정위 비상임위원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공정위가 사실상 처분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김상조 실장이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들여다보겠다고 하면서 피해자들의 기대가 컸으나 오히려 스스로가 적폐라는 모습을 인증한 것”이라며 '이 사건 신고인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김상조 실장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하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