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 눈치만 보는 정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글로벌 CP에 약효 없을듯

▲ 김성민 기자
▲ 김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가 지난해 ICT 분야 특별전담팀을 출범하고 플랫폼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무언가 보여줄 때가 됐다” 싶더니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한 구글과 넷플릭스 대신 토종 플랫폼 '네이버'를 통해 성과를 올렸다.

지난 6일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제공업체(CP)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행위(멀티호밍(multi-homing) 차단)를 물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억3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네이버와 제휴된 8개 부동산 CP 중 7개 업체가 카카오에 제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파악한 네이버는 부동산 CP들에게 “재계약시 확인매물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전했다. 결국, 부동산 CP들은 네이버와 계약유지를 위해 카카오에 제휴불가를 통보했다.

네이버 측은 “부동산 허위 매물을 없애는 등 시장 정화와 서비스의 편의성을 위해 수십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네이버 확인매물시스템을 구축했다”라며 “경쟁사는 비용과 노력 없이 확인매물시스템을 거친 매물정보를 손쉽게 이용하려고 했기에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삽입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부동산 CP들에게 원 매물정보가 아닌 ‘확인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공급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 토종 플랫폼 죽이는 동안 글로벌 경쟁력 약화 중
 
공정위는 ‘망 무임승차’로 논란 중인 구글이 네이버와 같은 입장이었어도 과징금 철퇴를 휘두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9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조 위원장은 뚜렷한 성과가 없어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를 플랫폼법 제정으로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ICT 특별전담반이 1년 만에 보여준 성과는 만만한 토종 플랫폼 기업만 쥐고 흔든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며 공정경제를 명분으로 플랫폼사업에 대한 규제방안을 내놨지만,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은 망 사용료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글로벌 CP 망 사용료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의 취지 자체가 국내 사업자가 아닌 해외사업자의 '망 사용료 지불'인데 시행령은 망 사용료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지 않은 채 '서비스 안정수단'을 부가통신사업자도 협의해야 한다는 모호한 조항을 뒀다.

시행령 안에는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라는 기준을 설정해 이에 부합되는 국내외 CP들을 서비스 안정성 조치 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통신 3사의 인터넷망 전체 트래픽의 25.8%를 구글(유튜브 포함)이 일으켰으며 △페이스북 4.7% △넷플릭스 2.3% △네이버 2.5% △카카오 1.8%가 뒤를 이었다.
 
따라서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는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망 품질 관리를 위한 증설 협의를 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망 사용료와 관련된 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행령에 '일일평균 이용자 수'의 경우 단순 서비스 방문자도 포함되는지,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의 경우에도 국내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 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 양인지 여부 등 모호한 내용뿐이다.
 
게다가 국내 제도가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로펌, 법률자문기업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CP의 국내 대리인들과 시행령만 가지고 힘을 겨루기엔 역부족이다. 글로벌 CP 망 무임승차를 해결하기 위한다지만 똑 부러지게 '망 사용료 지급 의무'도 없는 시행령이 국내 CP만 옥죄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일본 등 경쟁업체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는 와중에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토종 플랫폼에 채찍만 휘두른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 네이버는 플랫폼법 불공정거래 규제대상 아니다?
 
혼란스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위원장은 “플랫폼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특별법을 이달 중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지난 6월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3개월 만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졸속·부실한 법안의 문제는 네이버의 가격 비교 서비스가 ‘플랫폼법’ 규제대상인 중개거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중개거래란 G마켓이나 배달의민족 앱에서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하거나 주문하는 서비스 등을 뜻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모든 분야에 있어 ‘플랫폼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 중에는 11번가나 G마켓 제품이라도 네이버 검색을 거쳐 가격 비교를 한 뒤 네이버 결제 시스템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

중개거래에서 ‘갑’인 플랫폼업체가 ‘을’인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 양자 간 서면계약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법의 주요 골자인데 네이버가 제외된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갑을 규제하고 을의 서러움을 다독이며 더불어 살아가자는 정부가 의협심만 품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신산업정책을 펼친다면 4차 산업혁명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