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에 검찰 수사권 강화"
법조계 "제어장치 없는 권력형 검찰...견제 필요해" 우려

▲ 지난 2019년 10월 17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사진=뉴시스
▲ 지난 2019년 10월 17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두 달 후 출범을 앞두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드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검찰의 수사권 강화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던 검찰개혁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검찰뿐만 아니라 타 사정기관들도 긴장하고 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가 개혁적 측면보다는 ‘친시장’ 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윤석열 라인’ 특수통 전성시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여러 안건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갈등 과정에서 ‘윤석열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한동훈(49·27기) 검사장이 좌천되면서 특수통의 몰락이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윤 당선인이 두 달 후 청와대에 입성하게 되면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대거 핵심 요직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뒤 1차장검사 직무대리로 발령 난 윤대진(58·사법연수원 25기) 당시 부산지검 2차장과 손발을 맞췄다. 윤 차장이 이후 인사에서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 자리는 이두봉(58·25기) 당시 4차장이 이어받았다.
 
공안·선거 사건을 지휘하는 2차장 자리에는 박찬호(56·26기) 당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이, 중요 반부패 사건 등 특수 사건을 지휘하는 3차장에는 한동훈 당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임명됐다.
 
이들의 뒤를 이은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또한 모두 '특수통'으로 채워졌다. 한동훈 검사장 아래서 적폐 수사 등을 담당해온 신봉수(52·29기) 특수1부장이 2차장으로, 송경호(52·29기) 특수 2부장이 3차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그러나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 내 직접 수사 부서인 특수·공안부를 축소하거나 개편하고, 형사·공판부 출신 검사들을 중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몰락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승진 대상에서 밀리거나 지방·고검 등에 좌천됐던 특수·공안부 검사들이 다시 요직에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주목되는 건 한동훈 검사장의 인사다. 27기 검찰 동기 중 '기수 1등'으로 꼽히는 만큼, 서울중앙지검장 또는 검찰국장 등의 요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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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제어장치 없이 칼춤 출 수도
 
윤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선출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선언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대수술까지 예고해 '검찰공화국' 탄생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윤 당선인은 이외에도 "검찰총장이 매년 검찰청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검찰청 예산을 법무부와 별도로 편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당선인은 '공수처 폐지'까지 언급했다. 그는 "(공수처에서)그래도 문제점이 계속 드러날 경우에는 공수처 폐지를 추진토록 하겠다"며 "공수처가 계속 이렇게 정치화된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 의원 거의 전원에 대한 통신사찰을 감행한다든지 하면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공수처 제도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인 회의를 바탕으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같은 윤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오히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수사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절차적 정의, 공정한 철학의 안착, 그리고 조직문화의 민주적 개선이 이뤄져야, '독립성'이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을 거머쥐면서 정치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며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수처이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 한 검사도 “검찰의 독단적 예산편성과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의 막강한 수사 권력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보다는 수사지휘권을 써도 되는 상황인지에 대한 심의기구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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